무등일보

시대의 아픔을 소통하는 극단 ‘토박이’

입력 2019.02.11. 14:33 수정 2019.02.11. 20:57 댓글 0개
임해정 대표 “연중 ‘오월극’ 상설화 위해 최선”
올해 연극 ‘마중’에 올려… 변하는 사회상도 담아
5·18 40주년에는 초연작 ‘금희의 오월’ 선봬
극단 토박이 임해정 대표.

극단 ‘토박이’는 시대의 아픔과 사회 현안을 작품화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광주 공연예술의 대표적 단체 중 하나다.

특히 1983년 창단 이후 꾸준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작품화해 매년 광주의 5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오월극’을 비롯, 지역 공연예술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극단 ‘토박이’ 임해정 대표를 만나본다.

1988년 '금희의 오월' 초연 당시 모습. 극단 토박이.

◆누구나 언제든 ‘오월극’ 만날 수 있는 환경 조성

“꼭 5월이 아니라도 언제든 누구나 광주에 오면 1980년 5월 광주를 만날 수 있는 공연예술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극단 ‘토박이’ 임해정(53·사진) 대표는 이같이 자신의 바람을 말했다.

30년 넘게 지역에서 활동한 연극인으로나 극단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로나 열악한 지역 여건을 생각할 때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연극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다 극단을 꾸려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임 대표는 꿋꿋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사회적 현안을 작품에 담아내고 연극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야 말로 연극인의 소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 광주의 5월은 임 대표에 있어 예술가로서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는 아픔이다.

5·18을 다룬 연극은 그 무게만큼이나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더라도 당시 현실을 살아온 광주시민들의 눈높이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 재능기부는 물론 운영에 필요한 경비까지 갹출하기도 했다.

2013년 '마중'. 극단 토박이.

1983년 창단 당시 ‘금희의 오월’ 이후 매년 5월이면 ‘모란꽃’, ‘청실홍실’, ‘마중’ 등 다양한 오월극을 무대에 올렸다.

4-5년 전부터는 자체적으로 상설극 운영에 나섰다. 주간 상영, 주말 상영, 월례 상영 등 점차 횟수와 기간도 늘려왔다. 광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연중 오월극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오월극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를 대중들과 이야기하는 임 대표의 철학은 그의 연극 인생 첫발을 내디딘 작품에서부터 시작했다.

학창시절 동아리 모집을 보고 전남대 연극반에 들어선 그녀는 암태도 소작쟁의를 다룬 ‘자랏골의 비가’라는 작품에 처음 출연했다.

극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기 농민들의 소작쟁의 등 극을 위해 역사공부부터 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극에 앞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의 배경이 되는 구조적인 부분의 공부를 철저히 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성 짙은 작품들로 대중에게 호소하는 작품들을 올렸다”며 “연극과 사회를 습득하며 연극인으로서의 기조를 키워갔던 시기였다. 극단 ‘토박이’가 사회적 주제와 1980년 5월을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3년 오월청소년극-‘글러브와스틱그리고 찐찌버거’. 극단 토박이.

◆‘마중’과 ‘금희의 오월’ 이어지는 5월 이야기

지난해 오월레파토리 네 번째 공연으로 ‘오! 금남식당’을 선보인 ‘토박이’는 올해 연극 ‘마중’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중’은 5·18 희생자들과 그 후손들의 현실을 담은 연극이다. 이전 공연의 골자는 이어가면서도 변화한 시대상을 담을 계획이다.

5·18 행방불명자 아들을 40년 가까이 기다리는 할머니와 과거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손자의 시각 차이를 담아낸다는 구상이다.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줄지 않은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과 함께 변화한 시대에 따라 5·18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차이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5·18 4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지난 40년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담아 ‘금희의 오월’을 선보인다. 임 대표가 가장 뛰어난 연극이라고 자부하는 ‘금희의 오월’은 극단 ‘토박이’가 1988년 초연한 작품이다. 시민군으로 참여해 도청을 사수하다 1980년 5월 27일 산화한 전남대생 이정연의 삶을 극화한 이 작품은 초연 이후 광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월극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오! 금남식당’. 극단 토박이.

◆열악한 환경, 떠나는 연극인

지역의 역사적 상흔을 예술작품으로 남기고자하는 열망이야 중요하지만 당장 극단을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일은 현실이다.

민들레 소극장은 이사하면서 단원들이 1년여에 걸쳐 모든 내부시설 공사를 했다. 그런 지경이나 정규단원에 단 4명에 불과하다. 임 대표를 빼면 송은정, 박정운, 박정우 등 3명이다. 연극교육이나 청소년 교육, 다양한 문화강사 강의료 등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물론 정규급여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 연극 꿈나무들이 설 자리도 마땅치 않다.

대부분 기회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지역 공연예술계, 연극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후배들이 설 곳이 없다는 점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임 대표는 “연극인이라면 자신만의 색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공연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뿐더러 자신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조언했다.유대용기자 ydy213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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