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도심 속 산책길]모두에게 평등한 착한 길

입력 2018.11.01. 16:59 수정 2018.11.07. 11:00 댓글 1개
첨단지구 광주시민의숲 내 ‘한마음길’
휠체어도 유모차도 장애인도 문제없어
데크∙흙∙자전거길 취향 따라 골라 걷기
현 위치·주변시설 정보 음성으로 ‘눈길’

싸목싸목 걷는다. 나무와 함께 숨을 쉬며 바람과 함께 걷는 길. 한 템포 느린 시간. 길 위에 잠시 나를 내려놓고 쉬어간다. 광주시가 관내 도보 2시간 이내의 산책길 중 자연, 역사, 문화, 장애인을 테마로 선정한 '걷기 좋은 길'을 직접 걸어봤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 '싸목싸목 걸어보길'. 계절의 빛을 안고, 나의 마음을 안고, 그 곳으로 가본다. -편집자말-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로운 어느 날. 도심을 벗어날 시간은 없는데 가을은 만끽하고 싶다. 그래서 찾은 광주시민의숲. 도심 속 산책로로 이미 유명해서 진부하다고? 아니. 최근 조성된 ‘한마음길’을 거닐어보지 않았다면 섣부른 편견은 NO. 휠체어, 유모차는 물론 시각장애인들도 혼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소개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걷는다’, ‘시각장애인들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한마음길은 정말이지 장애물이 없다.

산책로 시작부터 설치된 성인 허리 높이의 핸드레일과 산책로와 화단 경계를 알 수 있는 유도블록만 있을 뿐이다. 덕분에 휠체어도, 유모차도 문제없다. 산책로 폭도 최대 5.2m에 달해 누구든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잘 갖춰진 맨발산책로와 운동기구, 휴게시설도 모두 장애인들의 이용편의에 맞게 설치되어 있다.

“뇌출혈로 쓰러져 매일 재활치료가 필요한 남편에게 안성맞춤인 숲길이다. 올 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온다. 턱이 없어 휠체어 진입이 편리한 것은 물론이고 답답한 재활시설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이 만족해하며 말했다.

후각과 청각, 촉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것도 특징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향기가 강한 라일락과 매화나무, 허브식물 등 1만포기가 넘는 꽃과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다.

한마음길에는 모두 3개의 길이 있다. 무장애길인 데크길과 아날로그 흙길,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 등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데크길, 흙길, 자전거길 모습.

한마음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골라 걷는 맛’이 있다는 점.

데크길과 아날로그 흙길,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 등이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투수콘 포장이 된 데크길과 자연 그대로 흙길이 나란히 조성되어 있다. 물론 2개 길 모두 무장애길. 바로 옆 강변 옆으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영산강 줄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보행로 곳곳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음성안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을 산책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곡선 구간이나 구조상 핸드레일이 끊어지는 곳 등 16개소에 사람이 지나가면 음성안내가 나오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신호기인 셈이다.

시·종점을 기준으로 현재 위치와 인근 벤치나 편의시설 안내는 물론 가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 한편도 낭송해준다.

곳곳에 설치된 점자 안내 표지판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묻어났다.

산책로 양 옆으로 길게 줄을 선 나무들, 향기를 내뿜는 들꽃들. 눈, 코로, 손으로 이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한마음길. 가족의 손을 잡고 자연 속에서 교감에 나서보자.

통합뉴스룸=주현정·김경인·김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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