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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평가···'완벽한 타인'

입력 2018.10.24. 06:01 댓글 0개
영화 '완벽한 타인'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삶을 생중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삶의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자신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선별적으로 공개할 뿐이다.

자신이 감추고 싶은 면이 공개된다면 당황할 것이다. '완벽한 타인'은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염정아(왼쪽), 유해진
김지수(왼쪽), 조진웅
조진웅(왼쪽), 윤경호
송하윤(왼쪽), 이서진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한 비밀을 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냈다. 서로에게 비밀은 없다고 믿는 친구들 사이에서 핸드폰 내용을 공개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진다.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백수 '영배'는 40년지기 고향친구다. 태수는 가정주부 '수현'(염정아), 석호는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준모는 수의사 '세경'(송하윤)과 결혼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의사 부부인 석호와 예진은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한다. 예진은 갑자기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전화통화 내용부터 문자·카톡 메시지 등을 공유하자고 한다.

이 게임에 오랜만의 커플 모임은 가시방석 같은 자리로 바뀌어버린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사람들이 감춰왔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안절부절 못한다.

MBC PD 출신의 이재규(48)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드라마 '다모'(2003) '패션 70's'(2005) '베토벤 바이러스'(2008), 영화 '역린'(2014), '인플루언스'(2010)를 연출했다.

한 공간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다룬 만큼 극의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색다른 소재와 극적인 상황을 가져왔지만, 엔딩은 너무 평이하다. 연출 방식보다 '나의 휴대폰이 옆 사람에게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영화화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유해진(48)·조진웅(42)·이서진(47)·염정아(46)·김지수(46) 등 베테랑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적 메시지도 주목할 만하다. 본인만 알고싶은 모습을 SNS에 공개하지 않듯, 우리 모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 감독은 "누구든 한 번쯤은 상상해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은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모르는 비밀의 삶을 살고 있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나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고 소개했다.

'완벽한 타인'이라는 제명은 영화가 끝난 뒤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다. 'SNS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타인을 의식해 이미지 메이킹을 한 적은 없던가' '부모 또는 친구·부부·연인 간에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아무리 친한 사람도 나는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타인이지 않나' 등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31일 개봉, 115분, 15세 관람가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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