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고발자' 노승일 고깃집을 가다
입력 2018.10.15. 21:25 수정 2018.10.15. 21:34 댓글 5개2017년 3월, 천만 명의 촛불시민이 외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이루어졌다. 이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최초로 기록되는 큰 사건이었다. 당시 청문회를 거치면서 영화보다더 드라마틱한 전개와 반전에 온 국민이 놀라워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그 뒷모습이 알려져 추락했지만, 반대로 정치계에서 라이징 스타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모든 사태의 시발자, ‘제보자 노승일’이 있었다.
최근 신문 기사에서 오랜만에 보는 이름을 발견했다. 탄핵 사태 때, ‘전 K스포츠재단 부장’으로 익숙했던 노승일 씨였다. 이후에는 여러 공익성 사업을 하다가 최근에는 처가가 있는 광주로 내려와 고깃집을 열었다는 짤막한 기사였다. 지인 중에 그의 팬이라 자처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출발해봤다.
하남의 외진 골목 어귀에 자리한 노승일 씨의 식당, ‘돈신과 의리’이다. 상호는 ‘두터운 믿음과 인간의 도리’라는 뜻을 담았다고 하는데,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 당시그의 행보와 마음가짐을 담은 듯하다.
10월 초에 개업한 이곳은, 처음에는 간판도 없이 오픈을 해서 식당 앞에 있는 빨간색 포니 자동차가 이정표가 되어줬단다. 벌써부터 소문을 탔는지 입구부터 북적북적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10개 남짓한 테이블이 모두 만석이다. 개업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테이블보다 많다. ‘여기가 식당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소박한 곳이다.
마룻바닥에 마감되지 않은 거친 벽, 주방이라고 부르기엔 조악한 공간이 낯설다. 하지만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얼굴엔 웃음이 듬뿍이다. 이런 게 바로 ‘팬심(fan心)’인가 보다.
겨우 한 테이블이 빠져서 자리를 안내받는다. 메뉴판은 따로 없다. 이곳은 오직 ‘생삼겹살’만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노승일 씨의 인터뷰를 보면, 음식에 대한 일가견은 없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메뉴인 ‘돼지고기’를 주력으로, 하나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 포부가 담긴 노승일 씨의 이름 삼행시도 눈길을 끈다.
고기판도 일반 고깃집처럼 테이블 일체형이 아닌 버너에 올려 굽는 아날로그식 고기판을 사용한다. 판의 한쪽에는 구멍이 나 있어, 된장찌개 뚝배기가 쏙 들어간다. 고깃기름이 빠지는 길 밑에는 아날로그의 정점 종이컵이 자리한다. 밑반찬들도 일반 고깃집처럼 기본은 하니, 옛적 허름한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 먹는 정겨운 느낌이다.
국내산 암퇘지 살을 그날그날 납품받아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말처럼 고기의 질은 좋다. 직원분이 상을 차려주는데, ‘많이 기다리셨죠.’라며 친절하게 응대해주신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두 요식업에 일가견이 없어 보이지만, ‘친절과 열심’이 무기다.
이렇게 차려진 삼겹살 한 판으로 ‘돈신과 의리’는 나름 식당의 모습을 잡아간다. 고기가 구워지며 나오는 돼지기름이 종이컵으로 떨어지기 전 김치와 콩나물무침을 한번 코팅해준다. 옛날식 고기판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법이다. 기름에 튀기듯 구워진 김치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주방이 조악할지라도, 기본은 지킨다. 고깃집에서 필수인 파절이는 물론, 매실장아찌도 준비되어 있다. 개방된 작은 주방에서 반찬을 담고, 홀에서 고기도 굽고, 주류도 가져다주는 모습이 다들 서툴지만, 기다림은 여유롭다. 좋은 마음으로 온 손님들과 친절한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날이 추워지면서 삼겹살 먹기 딱 좋은 요즘, 익어가는 돼지고기가 시/청/미각 모두를 깨운다. 역시 한국인은 고기 아닌가. 삼겹살에 소주 한 병이면 하루의 스트레스도, 야근의 피곤함도 싹 지우는 마법의 식탁이 된다.
쌈 채소는 식당의 중앙에 위치한 셀프 코너에서 가져올 수 있다.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 도달한 셀프 코너에도 큼지막한 화환이 자리한다. ‘제보자’ 노승일 씨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감사와 응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어렵게 공수해 온 쌈 채소에 한 쌈 싸 먹고, 잘라낸 송이버섯도 쌈장에 콕 찍어 먹는다. 옛날식 불판이 선사하는 맛도 있지만, 일단 고기 질이 좋은 편이라 입이 즐거운 식사다. 다양하고 세련되진 않아도 기본으로 승부를 건다. 그 판정, 가결이다.
식당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돈신과 의리’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노승일 씨가 있다. 테이블마다 직접 고기를 구워주며, 손님들과 대화한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모습은 청문회 당시의 멀끔한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식사를 끝낸 손님들에겐 문 앞까지 마중 나와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런 그에게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팬심 가득한 지인도 그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노승일 씨가 당긴 제보라는 방아쇠가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의 행보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년 뒤 총선 출마 포부를 밝힌 그를 응원하는 이가 있는 한편, 우려를 표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의 내부고발을 통해 역사가 새로 쓰였음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용기에 감사함을 전하고픈 의리있는 자, ‘돈신과 의리’를 한 번 방문해봄직하다.
by. 사랑방맛집 (http://food.sarangbang.com)
※업체정보※
업체명 : 돈신과의리
업체주소 : 광주 광산구 사암로383번길 67 (하남동)
예약/문의 : 062-955-9554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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