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도시樂]문재인 대통령도 애정한 선교사 사택

입력 2018.10.12. 11:20 수정 2018.10.29. 15:45 댓글 0개

싸목싸목 걷는다. 나무와 함께 숨을 쉬며 바람과 함께 걷는 길. 한 템포 느린 시간. 길 위에 잠시 나를 내려놓고 쉬어간다. 광주시가 관내 도보 2시간 이내의 산책길 중 자연, 역사, 문화, 장애인을 테마로 선정한 '걷기 좋은 길'을 직접 걸어봤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 '싸목싸목 걸어보길'. 계절의 빛을 안고, 나의 마음을 안고, 그 곳으로 가본다. -편집자말-

광주에 처음 서양근대문물을 받아들인 양림동, 그래서 양림동은 ‘100년의 시간이 머무는 마을’이라고 불린다. 양림동 여행은 시간의 보물상자를 여는 느낌이다. 근대화의 물꼬를 튼 유적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가 녹아있어서 일 것이다. 특히 호랑가시나무 언덕길, 선교사 숲길이라고도 불리는 숨은 이 길은 양림동의 참매력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잘 보존된 전통가옥의 정취와 더불어 시인 김현승의 흔적, 순교한 선교사들의 정신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반가운 곳이다. 


호랑가시나무 언덕길, 선교사 숲길은 수피아여자고등학교 옆 골목을 따라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언덕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곳은 호랑가시나무언덕의 게스트하우스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숲이 주는 절경을 해치지 않는 클래식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는 귀여운 강아지 동상이 놓여져 있다. 양림동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 강아지 캐릭터의 이름은 ‘동개비’. 조선시대 양림동에 살던 선비 ‘정암’이 키우던 충견이다. 광주에서 한양까지 문서를 배달했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캐릭터다. 

100년 전 그 모습 그대로인 돌담길을 따라 50여m를 더 오르면 드디어 이 언덕길의 주인공 ‘호랑가시나무’를 볼 수 있다. 


육각형의 잎이 마치 호랑이 발톱과 닮았다고 해서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변산반도 이남 지역에 많이 자생하는 나무라는데 특이하게 양림동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양림동에 상징이 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시기념물 제17호인 이 호랑가시나무의 수령은 약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4~5월에 꽃이 피고 9~10월에는 붉은 열매가 열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호랑가시나무 바로 뒤에는 ‘아트폴리곤’이 있다.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가 수 십년 간 비어있던 폐차고지를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곳이다. 

아트폴리곤 우측 길로 조금 더 오르면 그 유명한 우일선 선교사의 사택이 나온다. 조선 말기 선교사라고 하면 외국인일텐데 우.일.선 이라니! 한국인인가 싶지만 사실은 ‘윌슨(Wilson)’이라는 선교사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부르다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에 의해 1920년대에 지어진 이 사택은 광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현재는 호남신학대학교의 신학생들이 기도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지원유세를 위해 광주를 찾았던 문 대통령이 하룻밤 머물기도 했던 공간이다. 현대식 건물이 아닌 탓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과거 선교사들의 봉사정신이 깃든 곳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우일선 선교사의 사택 마당 한편에는 양림산 주변길이 안내되어 있는 안내도가 있다. 안내도에 나와 있는 길들은 선교사들의 이름을 딴 길들이다. 양림동 선교사의 숲길은 산책과 함께 옛 양림동의 정착했던 선교사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뒷편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김현승 시인에 흔적을 만나 볼 수 있는 문학소공원이 있다. 잘 꾸며진 쉼터 곳곳에는 돌로 된 의자(?)들이 놓여져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명한 시인들의 글이 새겨진 작품이다.   

쉼터를 뒤로하고 길을 따라 오른다. 선교사들의 이름으로 된 표지판과 함께 해당 선교사의 이야기가 담긴 안내판이 친절하다. 자연스럽게 숙연함이 밀려온다. 

선교사의 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길은 바로 ‘고난의 길’이다. 고난의 길에 놓여져 있는 65개의디딤돌은 한국에서 선교하는 동안 아내와 자식을 잃고 이곳에 묻힌 45명의 선교사와 850명의 호남지방 순교자들의 눈물과 아픔, 고통과 피 흘림을 느끼게 한다. 

선교사들의 정신을 기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오웬을 비롯해 잠들어 있는 선교사들의 묘지다. 

양림동산 산책길과 연결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쉼터로 찾는 곳이기도 하다. 

유화례 길을 따라 호남신학대학교 교정으로 하산할 수 있다. 멀리 사직공원 전망대도 바라 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책을 끝내고 사직공원 전망대로 가 광주 전경을 즐기는 것도 이번 산책길의 힐링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와 함께 숨을 쉬며 바람과 함께 걷는 길. 양림동 숲길을 꼭 방문해보자!

통합뉴스룸=이준훈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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