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금 광주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입력 2018.10.10. 16:14 수정 2018.10.10. 16:17 댓글 0개
구길용의 무등칼럼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취재본부장

광주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여럿 있다. 지난 세월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 균형발전과 미래도약을 꿈꾸기 시작한 도시 광주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촛불혁명의 동력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친호남 정책이 뒷배라면, 민선 7기 새 리더들의 넘쳐나는 열정이 또 다른 추동력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성장동력도 든든하다. 광주의 문화는 미래세대의 먹거리다. 지역균형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담론 아래 호남의 낙후와 소외는 이제 벗어던져야 할 유물이 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도시가 바로 광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미래를 낙관만 할 수 없는 건 또 어떤 이유인가. 광주에서는 행정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개성 강한 광주의 풍토를 꼬집는 말이다. 다분히 부정적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행정가들의 입담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리 틀린 얘기도 아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군 공항 이전, 민간공원 개발, 옛 전남도청 복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 등등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게 그 방증이다. 타 지역과 비교하면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 많은 현안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 어느 것 하나 명쾌한 게 없고, 길게는 10년 이상 표류해온 사업도 있다.

오래전 광주는 대동세상이었다. 도청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각자의 의견을 토해내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론이 도출되면 모두들 그것을 따랐다. 시민들을 아우르는 지도부가 있었고 모두가 하나되는 구심력이 작용했다. 민주와 인권, 평화라는 광주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공동체 안에서 의견은 다양하지만 가야할 방향은 분명한 도시.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광주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바로 광주의 현주소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많다. 비단 어느 한 요인만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故 홍남순 변호사나 故 조비오신부처럼 지역의 큰 어른이 안계신다는 점을 우선해서 꼽는다. 당시에는 홍 변호사나 조 신부께서 한 말씀 하시면 모두들 따르는 문화였다. 시대적 상황이 그래서이기도 했지만 어른들 스스로가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 결정을 존중했고 시민들을 아우르는 조정력 또한 뛰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로, 말하지 않는 다수의 시민보다 목소리 큰 소수의 집단이 앞서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광주가 유독 강하다는데, 지역의 현안이 생길 때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침묵해 버리고 거기엔 큰 목소리만 자리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정당성을 갖느냐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늘 되풀이되는, 그래서 현안 해결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풍토를 지적하는 것이다. 지금 광주가 그렇다.

일부에서는 역대 단체장들의 우유부단함과 결정장애를 꼽기도 하고, 무기력한 호남정치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만 하더라도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재검토-여론수렴-재결정이라는 쳇바퀴를 돌아왔다. 어느 누구라도 건설이면 건설, 백지화면 백지화, 딱 부러지게 결정하고 밀어붙였더라면 지난 16년의 소모적 논쟁은 없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봐온 시민들에게는 ‘단체장 결정장애’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특정 단체장의 지지도가 유독 낮게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호남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지역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오만과 독선의 그늘이 보이는 민주당이나 지방선거 이후 도대체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야당에게서 정치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늘 하는 얘기지만, 지역의 중진 국회의원들은 광주의 현장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언론, 시민사회, 지방의회 등 각 직능별 한계를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지금의 광주를 작동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광주의 기회를 살리는 데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 있다.

지금 광주에서 가장 첨예한 현안을 꼽으라면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광주형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유치다. 각 단체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갈등구조 또한 복잡하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돼 온 도시철도 2호선은 그나마 시민참여형 숙의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절차와 결과를 주목하면 된다. 관건은 광주형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투자인데, 자칫 좌초할 우려가 크고 그 부작용도 적지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대로 광주형일자리나 현대차 완성차공장이 무산된다면 앞으로 과연 어느 기업이 광주에 투자하려 들겠느냐”. 지역 경제인의 자조섞인 한마디가 귓가에 오래 머문다.광주시와 노동계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 속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미래세대의 아픔이 투영되기도 한다. 광주가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위기는 기회이고, 기회를 놓치면 또 다른 위기가 온다고들 한다. 지금 광주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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