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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의 가치
입력 2018.10.03. 17:49 수정 2018.10.03. 18:02 댓글 0개‘존엄(尊嚴)’은 과거 임금의 지위를 이르던 말이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임금의 존재가 사라져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하다’는 뜻으로 대거 쓰인다.
과거 신하를 호령하던 임금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존엄을 가지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며 국가에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부과했다. 존엄의 가치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발생한 전체주의는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대량 학살이나 강제노동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서슴없이 자행한 단초가 됐다. 이런 비인권적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세계 2차 대전 이후 각 국가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규정들을 헌법에 담았다. 국제연합헌장과 세계인권선언, 유럽인권협약, 국제연합인권규약 등도 뒤따라 인간 존엄의 가치를 규정했다. 인권 보장은 기본이자 최소한의 원칙이다. 인권은 누구나 똑같이 누려야 하고 거래의 대상이 되거나 양도될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는 말로 시작한다. 인간 존엄의 바탕이 되는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 속 주변의 인간 존엄의 가치는 여전히 무시되기 일쑤다. 올 초 전국을 뒤흔들었던 세상 속 갑질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직장내 회의 중 물컵 던지기, 상사의 밑도 끝도 없는 욕설 세례와 지시, 일을 가장한 업무시간 외 카톡 등은 만연화된 일상이다. 청년들은 여전히 열정이라는 빌미 하에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고, 여성과 장애인의 인권 침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간호대학에서 관장실습을 하면서 모형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서로 관장을 하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상가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새벽 시간대 사람이 있는데도 지게차로 문을 부수고 강제집행을 강행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다른 인근 재개발 단지 지역에서는 400여명의 용역들이 소화기를 난사하며 상가 세입자들을 끌어냈다. 1970~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수십년이 지난 현실에서 지역과 시간에 상관없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몰라서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잘못된 것을 안다. 알면서도 개인과, 조직, 회사, 국가의 성장과 수익창출, 발전이라는 ‘같잖은’ 핑계로 여전히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받고 있는가. 반문해 본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uglykid7@hanmail.net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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