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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신혼부부 위한 주택대출?…비현실적 소득기준 논란

입력 2018.09.30. 05:30 댓글 0개
국토부, 맞벌이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으로 상향조정
中企만 다녀도 기준 상회…"신혼부부 아닌 저소득층 정책"
국토부 "한정된 재원 때문에 소득기준 상향 쉽지 않아"
88만가구중 10만만 지원…신혼부부대책은 생색내기용?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다음달부터 도입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로 대출이 까다로워 질 전망이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붐비고 있다. 2018.09.2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정부가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대출 상품을 내놓았지만 실상은 신혼부부가 아닌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신혼부부·유(有)자녀가구, 청년가구 및 한부모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도시기금 구입 및 전세대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신혼부부가 주택도시기금(디딤돌 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매하는 경우 연소득 기준은 7000만원으로 높이고 대출한도는 2억2000만원으로 늘리는 한편 자녀별로 우대금리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지역 거주 30대 맞벌이 부부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더라도 연소득 7000만원이 넘는 것이 대부분이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30대 중후반 이후 결혼하는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정책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결혼 1년차인 정모(39)씨는 "부부가 둘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전세자금만 모아 어렵게 결혼했다"며 "조만간 서울에서 집을 살 예정인데 은행 대출금리가 비싸 디딤돌 대출(주택도시기금 구입자금 대출)을 알아봤다. 하지만 소득기준이 7000만원이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연 7000만원)은 역시 소득 기준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혼희망타운 청약가능 소득기준에도 못미친다.

신혼희망타운 청약시 맞벌이는 도시근로자 평균의 130%(3인가구 월 650만원), 홑벌이 부부는 120%(600만원) 이하로 그나마 맞벌이에게는 기준을 완화했다. 따라서 연소득 7800만원(올해 기준)까지는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대해 younXXXX 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요즘 결혼이 늦어 다들 5년 이상 맞벌이하고 결혼하는데 소득이 7000만원? 게다가 세전 소득 기준인데 대체 누가 정부정책 혜택을 받나"고 비판했다.

thesXXX라는 네티즌은 "강남에 사는 부모를 둔 금수저 부부는 남편이 대학원에 다니고 아내가 작은 가게를 취미로 운영하면서 연소득 3000만원도 안나오는데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반면 중소기업에서 3년만 다녀도 부부합산 7000만원은 넘을 것"이라며 정부의 혜택이 엉뚱한 곳으로 미칠 것을 경계했다.

fghjXXXX는 "이번 대책이 실제 신혼부부를 위한 건가 싶다"며 "그냥 (제도) 이름을 바꾸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혼부부 정책과 저소득자 정책은 분리해야 한다'거나 '소득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결혼한지 1년 넘은 신혼부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맨날 신혼부부정책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요즘 신혼부부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주변 지인들중 혜택 받은 신혼부부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그렇다. 요즘 돈이 없어 결혼도 늦게하는데 경력상 연봉이 지금 기준엔 택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주택도시기금 포털(//nhuf.molit.go.kr/) (제공=국토교통부)

이어 "지금같은 대책들은 신혼부부 지원책이 아니라 저소득층 지원책이 맞다고 본다"며 "이럴거면 이름에 신혼부부를 붙이지 말라. 신혼부부 지원이라고 쓰려면 열심히 직장생활해서 한단계 한단계 진급하고 연봉 올리느라 눈치보고 고생하는 진짜 신혼부부들에 맞춰 정책을 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과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신혼부부 지원을 당초 60만가구에서 88만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디딤돌 대출건수는 지난해 9만4000여건에서 올해는 10만가구로 불과 6000여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저출산 극복과 무주택·서민 신혼부부 주거여건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부정책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득상향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재원이 한정돼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신혼부부 대출 예상 수요는 10조 이상"이라며 "(신혼희망타운)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지만 신혼부부 대출은 그렇지 않다. 한정된 재원 때문에 소득기준을 상향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맞벌이를 하면 보통 연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저소득층 신혼부부 중심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혼희망타운 입주조건이나 신혼부부 대출조건이 너무 낮게 형성돼 있다"면서 "연소득 7000만원인 부부가 집을 어떻게 사겠나? 부모가 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전에는 어렵다. 기준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좀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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