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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는데' 미니신도시, '임대아파트' 논란에 불 지펴

입력 2018.09.23. 14:00 댓글 0개
시민사회단체, 로또 분양 아파트가 집값 상승 오히려 부추겨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강남3, 5단지 일대에서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현장에 갑니다' 현장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9.12.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미니 신도시 조성 등 택지 공급계획의 불똥이 공공임대주택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놓고 현지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의 해묵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에 100만평 규모의 미니 신도시 4~5곳을 조성하면서 공공택지의 35%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우기로 했다. 주택 공급안은 아울러 ▲서울은 옛 성동구치소 자리와 개포동 재건마을(1640호) 등 11곳에 약 1만호를 ▲경기도는 광명, 의왕, 성남, 시흥, 의정부에 택지를 각각 조성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공급대책 중 논란이 된 대목은 대책의 실효성 외에도 임대·분양 비율을 지역별 주택 수요에 따라 지자체와 협의해 정해나가기로 한 부분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택지의 35%이상으로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정했지만, 임대·분양 비율은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1~2기 신도시의 '로또 아파트'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될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지어 저소득층에게 안정적으로 임대하는 주택을 뜻한다. 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나 지자체가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이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됐고, 전·월세형 임대 등 그 유형도 늘었다. 공공임대주택의 발원지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영국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기로 한 배경은 ▲현 정부 주택정책의 골간인 서민 주거복지(주거복지 로드맵)의 명분을 살리고 ▲판교신도시 등 주택을 대거 공급하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참여정부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는 집값이 계속 뛰자 지난 2005년 2.17대책에서 판교개발을 공표했다. 하지만 평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 등 로또 아파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집값 상승세의 불씨를 지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공임대주택이 우리나라 주택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5.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11%)에 크게 못미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OECD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고, 임대료가 폭등하거나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임대주택이 완충작용을 하도록 하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택지가 들어서는 현지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주민들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이 구치소 부지에 청년스타트업 공간, 공공도서관 등을 짓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을 지적하며 임대아파트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공약 이행이지만, 그 이면에는 임대아파트를 향한 불만이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정부는 수도권 대규모 택지 4~5곳 조성,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지속 논의 등을 발표했다. 2018.09.21. photocdj@newsis.com

이 지역 주민들이 임대주택에 반대하는 것은 집값 하락 우려를 반영한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장기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슬럼화되고 ▲이들 단지의 자녀들 탓에 교육 환경도 뒷걸음질해 지역 집값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아파트와 주변 집값 하락간 상관 관계를 지적하는 관련 논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값싸고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공택지 물량은 전량 국가가 주도하는 임대주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과거 판교신도시 사례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민 주거 안정의 명분을 내걸고 진행되는 신도시 조성이 자칫 건설업계의 배만 불리고,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미니 신도시 4~5곳 공급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빼들었다. 하지만 신도시 공급은 임대아파트 문제라는 해묵은 논란을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상은 정부가 신도시급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때마다 되풀이되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대 아파트 시설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지만, 주거공간에 따른 마음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연내 1~2곳을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16만5000호를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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