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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여행·파티'···달라진 명절 풍속

입력 2018.09.23. 08:50 수정 2018.09.23. 10:22 댓글 0개
명절 분위기 잊은 도서관 '취업절벽 실감'
가까운 제주도 등지로 '가족·나홀로 여행'
친구들과 도심 호텔서 하룻밤 파티 즐겨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18.09.23.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이라고 마음 편히 책을 놓을 수는 없어요."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연휴 기간에도 도서관 열람실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학생들은 독서대에 책을 펼쳐놓고 읽거나 고개를 숙여 필기를 하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노트북을 이용해 자격증·입사시험 관련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고 있었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성장호(30) 씨는 "매주 주말 6시간씩 임용고시 스터디를 하고 있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지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각한 취업난이 빨리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휴게실에서는 채용전형·기업문화 등 취업정보에 대한 대화가 활발히 오갔다. 취업준비의 고충을 함께 위로하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졸업 직후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박소희(24) 씨는 "특별히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 취업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빨리 안정적인 직장에 입사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양혜은(27·여) 씨는 "적지 않은 나이다 보니 명절 때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마음에 편치 않다"면서 "1년 반을 준비한 만큼 내년 명절에는 합격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에서 시민들이 제주행 여객기 출발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8.09.23. wisdom21@newsis.com

명절을 맞아 여행을 떠나거나 도심 내 호텔 등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오후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공항에는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가족·친구 단위로 여행에 나선 시민들이 제주행 여객기 탑승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조카들과 여행을 떠나는 김진오(49) 씨는 "차례상 차리는 비용, 명절 선물비에 드는 돈이면 가까운 제주도나 일본으로 여행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면서 "가족과 좋은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도영(26·여) 씨는 "남편과 시댁에 양해를 구해 친정 식구들과 제주도에 간다"며 "차례상 준비·성묘 등 명절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에서 해방되는 기분이다"고 들뜬 마음을 표했다.

제주행 여객기를 예매한 김희완(43) 씨는 "3박4일 동안 혼자 만의 휴식을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 무안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일본·중국·베트남·대만 등 10개 노선 26편이다. 연휴 첫날인 22일 기준으로 무안공항 내 7개 항공사 전 국제선 좌석의 85~90%는 이미 예매가 끝났다.

같은 기간 광주공항도 광주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기 84편의 평균예약률이 90%를 넘었다. 저가항공사 3곳의 제주행 노선 예약률은 97%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휴 마지막날인 26일에도 광주발 제주행 여객기 예약률은 항공사 별로 80∼85%에 달하고 있다.

여수공항 역시 연휴 동안 15편의 제주행 여객기 예약률이 85% 이상으로 집계됐다.

추석 기간 광주 도심 한 비즈니스 호텔의 대형객실 예약은 80%가량 찼다. 이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호텔관계자는 일반객실보다 1.5배 이상 큰 대형객실이 파티룸 용도로 대실되고 있으며, 주로 친구·직장동료 단위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동창들과 호텔을 찾은 허윤희(21·여) 씨는 "각자 진학과 취업으로 바쁜 가운데 명절 때가 시간 약속을 맞추기 가장 편하다"며 "가족들도 선뜻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허 씨의 친구 김진솔(21·여) 씨도 "굳이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편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친구들과 밤새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쌓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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