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년 공지영 "악행 서슴지 않는 위선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입력 2018.09.21. 09:18 수정 2018.09.21. 09:26 댓글 0개【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권력자가 악한 짓을 하는 상황은 익숙하다. 하지만 가장 선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악을 행할 때 속수무책이다. 이 사람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공지영(55)씨가 20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북잼콘서트 '아름다운 것들은 천천히 온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이한 공씨는 최근 장편소설 '해리'를 냈다. "등단 30년에 맞춰 준비한 작품은 아니었다. 내 기질의 어떤 부분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이 나와 많이 닮아있다."
불의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부정의 카르텔을 포착하고 맞서나가는 약한 자들의 투쟁을 담은 소설이다.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해리성 인격장애자인 악녀 '이해리'와 민주주의 탈을 쓴, 위선적인 가톨릭 신부 '백진우'의 악행을 소재로 했다. '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사실 이면에 도사린 '악'의 진실을 파헤친다.
공씨는 "다른 사람의 눈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악한 사람들은 끝까지 거짓말 한다. 사건 현장에 가서 취재하다 보니 5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현대의 악은 생각하지 않는 것, 진정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 않는 것,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해리들이 부지런하게 악을 뻗쳐 우리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그것을 묘사해보고 싶었다."
또 "좋은 세상에서 살아야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며 "바깥의 세상이 불의하면 즐겁게 살 수가 없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 제목은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가져왔다. "'해리'라는 뜻은 해리성 인격장애의 그 해리다. 쉽게 말해 다중인격자다. 여주인공 이름도 '해리'라고 지었다."
위선자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이야기다. "건실한 청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인에 가까운 언어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약자를 희생자로 만들지 않으면 해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는 "독서량이 엄청나야 한다. 특히 소설,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기를 굉장히 길게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가로 치면 데생과 비슷하다. 마음속에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어도 써내는 것은 손끝에서 나온다. 완결을 꼭 해야 한다."
서울 태생인 공씨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1988년 단편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를 냈다. 1994년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대표작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등이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품에 안았다. 2011년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공씨는 "얼떨결에 작가가 됐다"며 "습작의 단계가 없었다. 처음 쓴 소설이 당선됐다"고 돌아봤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즐거운 나의 집'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때 독자들에게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지면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등단 30년을 맞이한 소감을 밝히자면 그저 한 마디밖에 없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날 북잼 콘서트는 인터파크도서와 해냄출판사가 주최하고 롯데카드가 후원했다. 문소리 SBS CNBC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책을 통한 어울림을 의미하는 '북잼(BOOK JAM)'은 저자와 독자의 소통을 돕고자 인터파크도서가 기획한 스페셜 문화공연이다. 콘서트·토크·플레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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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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