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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명절 대목은 옛말"

입력 2018.09.20. 17:53 수정 2018.09.20. 17:57 댓글 0개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을 나흘 앞둔 2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수산물가게에서 상인이 손님에게 대파를 건네고 있다. 2018.09.20.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평소보다는 손님이 많지만 추석 경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추석을 나흘 앞둔 2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가을비 내리는 날씨에도 제수용품을 사기 위한 시민들로 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상인들은 판매대에 내놓을 물건들을 옮기거나 정리했고 시민들은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비교하며 장을 봤다.

점포 99곳이 모여 있는 수산물시장에서는 값을 흥정하는 시민들과 상인 간의 입씨름이 벌어졌다.

"병어 3마리 사기에는 부담돼요. 1마리만 주세요", "인심 좀 더 써서 2마리 사셔요"

차례상에 올릴 병어를 구매하던 한 손님은 '마리당 1만원∼1만8천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1마리만 샀다. 상인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병어를 검정봉지에 담아 손님 손에 쥐여줬다.

22년째 수산물 상점을 운영 중인 김순애(61·여) 씨는 "병어와 조기 가격이 많이 올라 손님들이 자잘한 병어나 중국산 부소조기를 많이 찾는다"며 "손님이 3분의 1로 준 데다, 값싼 생선만 팔려 장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2만원으로 국산 참조기는 5마리를 살 수 있었고 중국산 부소조기는 7마리를 살 수 있었으며, 손님들 눈길도 부소조기로 쏠렸다.

고수온 등의 영향으로 건어물도 값이 뛰었다. 작은 멸치 1박스 가격은 지난해보다 1만원 오른 3만원에 팔렸다. 가격을 물어보던 손님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발길을 돌렸다.

건어물 도매상인 박준규(52) 씨는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 납품하던 식당 주문도 끊겼다"면서 "해마다 매출이 반 토막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너편 건어물 상점 주인도 "올해처럼 장사 안된 적은 없었어. 전기요금도 못 낼 지경이니…"하고 거들었다.

폭염과 태풍으로 작황이 안 좋은 채소류는 값이 크게 올라 상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었다.

올해 봄 도매가격이 3천원이던 대파 2㎏은 6천원으로 올랐고, 소매가격도 함께 올라 7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상추는 1㎏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라 1만2000∼1만3000원 선에서 팔렸고, 지난해 추석 때 1㎏당 6천원이던 시금치는 올해 1만원에 거래됐다.

시금치 1만원 어치 양을 놓고 상인과 옥신각신하던 이재순(63·여) 씨는 "시금치 품질도 변변치 않고 값만 비싸다"면서 "차례상에만 올릴 양만 겨우 샀다"고 밝혔다.

폭염과 폭우로 생산량이 준 과일도 값이 올랐지만, 그나마 선물용 과일상자를 사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5㎏ 포장 사과박스와 7.5㎏ 포장 배 상자 모두 지난해보다 5천원 가량 값이 올랐다. 과일을 둘러보던 손님들은 그나마 대형마트보다는 싸다며 입을 모았다.

한 과일가게 주인은 "그래도 명절 때 손님이 2배 가량 늘어 숨통이 한결 트인다"면서도 "물가가 올라 상인과 손님 모두 힘든 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을 나흘 앞둔 2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건어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09.20.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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