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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또 결정 못내려' "10월5일 이전 속행"

입력 2018.09.20. 00:42 수정 2018.09.20. 08:17 댓글 1개
회의 결정 내리는 대신 정회…회차 안 바꿔
사업자측 회의 전날 환경부에 '심의연기' 요청
신안군수, 불공정성 주장에 한때 파행되기도
흑산공항 관련 국립공원위원회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8년 넘게 끌어온 국립공원 내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이번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환경부는 19일 열린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재심의했지만, "시간 관계상 정회하고 10월5일 이전에 속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심의 연기 여부 등을 포함해 심도 있게 토론을 진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오늘은 일시 정지하고 10월5일 이전 환경부가 공원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날짜를 정하고 속행하겠다"며 "다음 회의는 새로운 회차가 아니고 제124차 위원회 회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형식상 회의 정회 상태인 까닭에 회의 차수가 변경되는 건 아니지만 보름가량 회의를 멈추게 돼 사실상 결정이 연기됐다. 이로써 1년10개월째 '보류'→'계속 심의'→'정회' 등 결정을 미루게 된 셈이다.

2011년 1월 정부 고시 이후 2015년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화한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16년 11월 처음 국립공원위원회에 상정됐다. 당시 위원회는 근거 보완 등 '조건부 보류'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받은 뒤인 올해 7월20일에야 재개됐으나, 결과는 '계속 심의'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0시간 가까이 논의가 길어진 건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전날인 19일 환경부에 심의 연기를 요청해오면서 위원회 위원들이 연기 여부부터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의 연기 요청 사유는 ▲'목포~흑산도~홍도' 출입 통행량 선사별 데이터 자료 ▲생태·자연도 등급 ▲활주로 길이 등 안전성 자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다.

그러나 이미 7월20일 제123차 회의 때 '계속 심의' 결정이 나오면서 9월 개최를 예고한 상황에서 두 달여간 준비하지 못한 자료를 보름 내에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차관은 "서울지방항공청에서 환경부에 제출한 문서에는 11월까지 보완하겠다고 돼 있다"며 "보완 여부를 떠나 속행해 그 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보완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회의는 항공청이 요청한 심의 연기 여부에 대해서부터 논의를 이어간다.

아울러 환경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123차 회의록에 대해 검토를 거쳐 공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세종=뉴시스】흑산공항 건립 계획안 종전 계획 대비 변경 사항. 2018.07.20.(그래픽 = 환경부 제공)photo@newsis.com

1981년 정부에 의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에는 현재 202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업계획을 보면 정부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4임 일대 54만7646㎡ 터에 국비 1833억원을 들여 공항을 조성하고자 한다. 길이 1160m, 폭 30m 활주로에 50석 내외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소규모 공항이다.

쟁점은 크게 경제성과 생태계 훼손 우려다.

2013년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1115억원을 들여 흑산공항을 건설하면 488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을 4.38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보완과 올해 2월 재보완을 거치면서 2.6과 1.9~2.8 등을 오갔다.

올해 재보완서에선 환경훼손 복원 비용을 설문조사한 결과 1034억원의 손실이 매년 발생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초기 검토 자료들에선 사업계획지역을 '생태적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최근 현장조사에서 식생전문가들은 '해당지역이 앞으로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우거지는 상록활엽수림으로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는 다소 상반된 결론을 내놨다.

환경 훼손에 따른 철새 대체서식지 6곳의 규모는 2만3500㎡로 전체 사업지구 면적의 4%에 불과하다. 사업자 예상대로 연간 53만명이 찾는다면 다른 국립공원 지역의 쓰레기 처리비, 공원시설 관리비, 상하수도 및 폐기물 처리비 등도 골칫거리다.

찬성측은 주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목포~흑산 정기여객선은 하루 4회 왕복운항하며 이마저 지난해 52일은 안개 발생 등 기상상태 악화로 하루 종일 운항이 불가능했다. 결항률은 11.4% 수준이다. 현재 1시간 걸리는 닥터헬기 운항시간도 공항 내 해경헬기 상주로 30분까지 단축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늘 회의에선 박우량 신안군수가 '국립공원위원회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위원장인 박 차관과의 대화를 요구해 회의가 1시간35분 가량 파행됐다. 박 군수가 공단 사무공간 내 사무실에 들어간 뒤 문을 잠근 채 박 차관과 얘기를 이어가자 민간위원 등의 요구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오후 10시가 넘어 기자들과 만난 박 군수는 "민간위원들끼리 모여 '부결시키자'는 등의 얘기를 하고 한 사람도 전체 의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는 명백한 담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흑산공항 활성화를 이야기했는데도 환경부가 미온적으로 나오는 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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