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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광주투자 먹구름…勞 "불참" 현대차 "난망"

입력 2018.09.19. 20:24 수정 2018.09.20. 08:15 댓글 11개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 뒷전, 시-현대차 비밀협상 고집"
市 "협상 진행 중" 현대차 "노사민정 합의 안되면 어렵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한국노총 광주본부 노조 간부들이 19일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광주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설립 논의에 대한 전면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2018.09.19 (사진=광주시의회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노사상생의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첫 번째 단계로 주목받아온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사업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의 핵심축인 노동계가 불참을 공식 선언하고 사측인 현대차도 "노사민정 합의가 안되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광주형 일자리와 광주시·현대차 공동 투자를 골자로 한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 설립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19일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과제에 포함된 광주형 일자리를 왜곡하고 변절시킨 광주시의 투자협상을 규탄하며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협상 불참'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시와 현대차의 투자 협상이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 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은 뒷전인 채 시민 모두를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 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최저 4000만원으로 예상됐던 광주형 일자리 평균 연봉이 주야 8시간씩 교대근무해도 5년간 연봉이 반토막 수준인 2100만원(직무수당 300만원 포함)에 그치고 노조 설립 5년간 제한설, 협력업체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노동계의 묵은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윤종해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에 대한 진척이 전혀 없고, 투자유치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현대차와의 협상 내용 공개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에서 (시가) 이젠 '좌초위기다. 노동계가 제발 협조해 달라'며 모든 책임을 노동계에 떠넘기려 해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17, 18일 양일간 산별, 사업장별 의견을 취합한 뒤 이날 오전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대차 투자 협상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민주노총도 일찌감치 현대차 투자 협상에 불편한 입장을 보이며 불참 기조를 유지해온 상황이라 광주형 일자리의 첫 성과를 기대를 모아온 현대차 투자 사업에 대한 양대 노총의 참여는 사실상 물 건너 갔고,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 합작법인 설립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콘트롤타워격인 광주시 일자리위원회도 양대 노총이 불참해 '반쪽 출범'한 상태다.

양대 노총은 단, 일선 노동현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펴 나가기로 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최정열 수석부의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노동계가 적극 환영하는 사업이어서 계속 노력을 기울이되 현대차 투자 협상은 광주형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함께 대타협의 양대 축은 사측도 난색이다. 현대차는 이날 공식입장문을 통해 "현대차는 투자자의 일원으로서 광주지역 노사민정 합의를 전제로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노사민정 합의가 안되면 현실적으로 (합작법인 설립작업) 참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협상은 한창 진행중이며, 임금 수준, 특히 초임 액수를 비롯해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 등 어느 하나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시간적 갖고 지켜봐 달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모든 건 현재 논의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시와 현대차는 빛그린국가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7000억원을 투입해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협약을 수개월째 진행 중이다.

부지와 공장 설비를 합쳐 고정자산은 5000억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금은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평균 임금(9213만원)의 절반에 못미치는 연봉 4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돼왔었다.

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완성차 공장에 대한 현대차의 실질투자 실현을 민선7기 초반 시정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이용섭 시장도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등을 전제로 8월 중에는 어떻게든 매듭 짓겠다"는 소위 '찬바람 불기 전' 입장을 수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친문(친문재인) 주류 인사들의 구원 등판에도 불구, 투자협약은 현대차가 투자 의향을 밝힌 지 4개월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핵심 주체인 노동계마저 불참을 공식 선언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투자는 물거품 위기에 놓이게 됐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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