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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딩크”
입력 2018.09.13. 17:16 수정 2018.09.13. 17:21 댓글 0개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이 북베트남에 함락 됐다.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자랑하던 미국이 아시아의 작은 호랑이 베트남에게 굴욕적으로 패배한 날이다. 이는 미국이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전쟁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보다 10여년 앞서 1964년 7월 30일 밤. 미국 해군은 통킹만 사건을 일으킨다. 베트남 전쟁의 서막이다. 통킹만 공해상을 순찰중이던 미 구축함 매독스호가 북베트남 어뢰정의 공격을 받았다는 조작된 사건을 빌미로 전쟁을 시작 한 것이다.
미국은 프랑스와 일본이 쫓겨난 땅 베트남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고 대가는 혹독했다. 미국의 엄청난 물량 작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끝없이 항전했다. 그 유명한 250㎞ 구찌 터널 등을 이용해 미국의 공격을 맞받아 쳤다. 미로속 땅밑 터널은 B-52 융단폭격과 최첨단 탱크 공격에도 끄덕 없었다. 고엽제까지 뿌려봤지만 허사 였다. 미국의 막강한 물량 작전에 베트남은 유격전으로 맞섰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군인 5천여명도 이 전쟁에 휘말려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어떤 전쟁이든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하면 무엇이든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패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베트남 저항 정신에는 더 놀랐다. 지난 100년간 프랑스, 일본,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싸워 이긴 베트남 민족주의의 승리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세계는 베트남을 다시 봤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작은 미개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강대국에 맞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베트남이 드디어 축구에서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것도 월남전에서 적으로 싸웠던 대한민국 출신 박항서 감독과 함께다. 베트남 축구도 민족 정서를 닮았다.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베트남 축구는 그야말로 짠물 축구였다. 강대국에 맞서 싸우 듯 일단 수비를 두텁게 한다. 한국과 준결승에서 맞붙을 때까지 무실점 수비로 버텨냈다. 베트남 국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치 대한민국의 2002 월드컵 4강 열기를 보는 듯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박 감독을 ‘쌀딩크’라는 애칭으로 추켜 세웠다. 이에도 베트남 민족 정신이 서려 있다.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으로 베트남의 자랑인 쌀을 넣어 그렇게 부른다. 박 감독의 외모와도 어울리는 애칭이다.
한편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이렇게 대접해준 것이 고마운 생각이다. 사실 우리는 베트남 민족에게 전쟁을 통해 큰 상처를 남긴 빚을 지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온 박 감독을 영웅 대접하는 것에 대인적 풍모를 느끼게 한다. 다음달 베트남 선수들이 전지 훈련차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스승의 나라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으면 한다. ‘쌀딩크’. 화이팅이다.
나윤수 컬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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