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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회고록 5·18 문제 표현 "고증없는 역사왜곡"

입력 2018.09.13. 11:49 수정 2019.03.11. 16:10 댓글 0개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법원이 전두환(87) 전 대통령의 회고록 중 일부 문제된 표현들에 대해 "고증을 거치지 않은 역사왜곡"이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신신호)는 13일 오전 법정동 203호 법정에서 5·18 기념재단,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구속부상자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오월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2차 소송에서는 제외)가 전 씨와 전재국 씨를 상대로 제기한 1·2차(병합)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회고록 초판 중 문제가 된 표현들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출판·인쇄·발행·배포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의 쟁점은 5·18 민주화운동 발생 경위, 전 씨를 비롯한 신군부의 개입 정도, 5·18이 시민들의 자발적 민주화운동이었는지 외부 배후세력에 의한 무장폭동인지, 계엄군의 진압활동이 자위권 발동차원이었는지, 광주시민의 정상적 시위에 대해 무리하게 총기를 사용한 과잉진압이었는지 등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에 관한 다툼이었다.

전 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에 대한 모든 지휘·명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해 이뤄졌을 뿐 보안사령관에 불과했던 자신은 계엄군의 시위진압 활동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어 5·18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5·18은 다수의 북한 특수군이 개입해 광주시민을 무장하게 한 뒤 계엄군에 대해 폭력을 행사, 계엄군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자 계엄군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일 뿐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총기 발포 및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5·18 민주화운동은 12·12사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의 형사판결이나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훼복을 위한 각종 법률의 제정 과정 등을 통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지 오래이다"고 밝혔다.

즉 당시 신군부의 정권 장악을 위한 5·17 비상계엄확대 조치에 반대하고, 민주적인 정부수립을 요구하는 광주시민의 시위가 정국 장악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 시민들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전 씨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비상계엄의 확대 및 과잉진압활동을 한 계엄군 당사자들의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의 자기 변명적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일부 세력들의 근거없는 주장에만 기초,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발생 경위 및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 무력적인 과잉진압을 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 인데 이에 대한 증거는 변론과정에 제출됐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 씨의 주장처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일 수 있고, 국민 각자는 다양한 출판 활동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여러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각자가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역사의 왜곡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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