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상상된 공동체와 경계들

입력 2018.09.11. 17:43 수정 2018.09.11. 17:46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는 계획 도시다.

지난 1955년 집권한 주셀리노 쿠비체크 대통령이 1956년부터 1960년까지 5년만에 건설했다.

건설 당시 도시계획을 놓고 ‘파일럿 플랜(Pilot Plan)’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내걸렸다.

브라질리아는 대서양 연안에 치우쳤던 기존 브라질 수도를 내륙 중심으로 옮겨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발상이 뒷받침됐다. 외부침입에 대한 대비, 식민잔재의 청산 등의 목적도 있었다.

제도판 위에서 계획된 도시는 자연발생된 어떤 도시와도 달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꾼 것이다.

도시를 설계한 루시우 코스타는 동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의 중심도로에, 비행기 조종실에 해당하는 곳에 정부기관 건물들을 배치했다. 좌우 날개 부분에는 주택 및 상점가 등을 뒀다.

브라질의 수도 이전 논의는 1800년대부터 였다. 1890년에는 브라질 신헌법에 새수도 건설을 명시하기도 했지만 실현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기간에 이뤄진 수도 건설은 꽤나 큰 부작용을 낳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범죄 증가와 브라질리아의 심각한 교통 혼잡, 국가 채무 증가 등 문제가 쌓였다 .‘과거가 없는 도시’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재원조달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리한 수도 개발은 수도 이전 이후 40년째 브라질 경제 위기를 촉발시키며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도 마찬가지다.

바그다드는 브라질리아와 함께 행정수도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사례로 대표된다.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우리가 꾼 미래에 대한 꿈과 현실은 이상과 맞물려 돌아가지 못한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모두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허구였을 뿐이다.

사회과학 고전이라고 일컫는 베네딕트 앤더슨이 민족주의를 ‘상상된 공동체’라고 규정했듯 세상의 모든 경계들과 공동체, 국가, 조직 모두 상상된 허구일지 모른다.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한 2018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공동체 회복과 인류의 미래 가치를 위해 성찰하고 비판해야 할 내용들이 대거 담겼다.

주제전인 ‘상상된 국가들-모던 유토피아’에서는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 용도와 가치가 변하는 건축물인 계획도시 브라질리아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인간 존엄성 등 브라질 모더니즘의 기저를 살핀다.

이 자리에서는 70년 군부독재에 의해 세워진 세운상가도 모습도 그려진다. 서울의 새로운 모더니즘적 이상을 상징했지만 개발주의 산물로서 콘크리트 더미에 그친 모습을 담는다. 또 세운 상가 역사 속에서 식민주의, 전쟁, 독재의 영향을 고찰한다.

상상된 허구일지도 모를 우리 일상 속 광주발 신 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uglykid7@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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