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익숙함의 배반, 난해함의 반전

입력 2018.09.11. 10:18 수정 2018.09.11. 10:22 댓글 0개
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문을열자 대중들은경악했다. 당최 작품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당시 대상작으로 선정된 쿠바작가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관람객들로부터 ‘이게 미술이냐’라는 쏟아지는 비난에 휩쌓이기도 했다. 크초는 장성호수에 떠다니던 버려진 보트와 빈병을 이용해 작품을 통해 쿠바 난민, 혹은 유랑민 같은 쿠바인들의 처지를 형상화했다. 허나 정형화된 작품에 길들여졌던 한국, 보다 정확히 광주 시민들은 경악했다.

비엔날레라는 앞서가는 미술조류를 선보이는 무대가 아시아에서도 처음이거니와 작품을 보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는 구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한국화단에서 크초의 현대미술은 불편했다. 익숙치 않은-난해한- 작품에 화를 냈던 것이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아마도 마스셀 뒤샹이 1차 대전 기간 중 뉴욕에 선보인 ‘샘’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1917년 뉴욕 ‘독립미술가전’에 소변기가 등장했다. 전시장에 ‘R. Mutt‘라는 작가가 남성용 소변기 ’샘 Fountain‘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소변기 회사의 ’제품‘을 서명만 해서 ’작품‘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평단은 경악했고 큐레이터는 전시장 한 구석에 치워버렸다. 당시 전시된 작품은 버려져서 지금은 남아있는 건 뒤샹이 나중에 똑같이 재현한 작품이다. 우스운건 평단의 쓰나미같은 비판에 오히려 대중들은 이 ‘변기’를 보려 전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전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뒤상의 ‘샘’은 예술의 ‘개념’에 혁명적 질문을 던지며 20세기 현대미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 낯섦에 대한 거부감이 2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듯하다.

문을 연 2018 광주비엔날레에 대해서도 여전히 한 켠에서 ‘난해’하다는 비판, 혹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헌데 이 난해함, 낯섦이 비엔날레의 본성이라면 어쩔 것인가. 그에게 왜 난해하냐고 몰아붙이는 것은 너의 정체성을 버리라는 폭력에 다름아니다. 예술인들이 대중이 이해할만한 수준으로 작품를 만들고 대중의 수준에서 발언한다면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들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은 일상에 목매단 대중이 미쳐 보지 못하는 영역, 알지만 발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그들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라는 소명이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알아먹을 수 있는 말로 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그의 영혼을 부수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학교현장에서부터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대중은 여전히 시장에 팔리는 작품들을 미술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만난다. 길들여진 대중은 학습범위를 벗어난 것들에 대해 불편함과 반감을 갖는다.

비유가 적절치 않지만 나치가 탄압한 퇴폐미술이 그 한예다.

나치는 모든 ‘전위’예술을 퇴폐미술로 규정했다. 색채의 해방, 형태의 의도적 왜곡, 추상 표현 등 여러 실험적 시도들은 비(非)독일적인 타락, 퇴폐로 지목당했고 작가는 제작을 금지당했고 작품은 몰수 소각됐다. 현대 판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케테 콜비츠도 퇴폐미술작가로 선정됐다.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실험적 형태의 시도들은 체제에 반하는 것이었다. 소위 아름답고 우아한, 전통예술만이 진짜 예술로 규정됐다.

우리도 누군가의 ‘규정’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비엔날레가 난해한 것이 문제인 것일까. 역설적으로 비엔날레가 아주 재미있고 편하고 즐겁다면 그건 전시로서 제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깨우는 일은 현대의 사제, 예술인의 책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전시?, 신경쓸 것 없다. 앞서 미국 사례서도 봤지만 평론가도 미술인들도 이해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나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거나 화가나면 짜증을 내거나, 더러 화해를 해도 무방하다. 전시는 관람자의 몫이다. 조덕진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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