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남북 농업협력을 준비할 때이다

입력 2018.09.10. 14:59 수정 2018.09.10. 15:34 댓글 0개
강혜정 경제인의 창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18년은 남북평화에 한 획을 그은 한반도 운명의 해이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6월 12일 전 세계가 주목하였던 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8월에는 아픈 역사가 낳은 이산가족의 상봉이 성사되었고, 9월 18일에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열릴 예정이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이러한 남북한 관계 개선 분위기속에서 남북한 교류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만간 남북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남북협력사업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은 농업협력사업이다.

북한의 주요 산업은 농산업이며, 만성적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무분별한 벌목으로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우리 정부도 4·27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실현을 위해 구성된 ‘판문점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남북간 상호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베트남, 루마니아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과정에서도 농업개혁은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 농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 인구 중에서 농업인과 그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그만큼 농산업의 정치적인 영향력도 크게 작용했다. 또한 농업은 개별농가가 경영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였던 경험이 있으며, 협업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새로운 경영주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농업부문이 체제전환 개혁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체제전환국들의 과거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경우에도 성공적인 농업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농업개혁의 중심에는 개별 농업경영주체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이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농업개혁의 사례를 보면, 농업인의 생산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가족농 제도를 정착시켰고, 농산물의 수매가격을 인상하거나 농산물 시장거래 및 가격을 자유화하여 농업에 유리한 교역조건을 조성하였다.

북한농업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집단농장 체제이며, 농업 관련 자원이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경제개혁 흐름 속에서 농업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개별 농가에게 부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2014년 5월 30일에 북한은 농업생산에서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개인과 기업의 분배권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정권의 농업생산성 증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혁의 정도가 농장구성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북한경제 내에서 농업생산요소의 공급을 확대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농업생산기반이 매우 열악하고, 농업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인센티브 제도 개선만으로는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키는데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농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동시에 외부의 협력사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막혔던 농업협력의 물꼬가 이제 다시 트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농업교류의 방식은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현물 지원을 넘어서, 북한농업이 자립할 수 있는 영농기반 조성 및 기술 보급, 그리고 농업전문가 교류를 통한 컨설팅 사업 등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북한에 시범농업단지를 조성하여 작물생산 관련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 개발하고, 북한 맞춤형 농업 수익사업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가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때, 북한 농업의 생산성 증대 및 수익 향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준비하는 첫 걸음으로 남북 농업협력사업을 준비할 때이다. 우선 북한농업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토대로 현실성 있고 지속가능한 남북 농업협력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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