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낙하산

입력 2018.09.10. 14:41 수정 2018.09.10. 15:17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낙하산은 공중에서 사람이나 물자 등을 안전하게 낙하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우산 모양의 기구이다. 넓은 천에 여러개의 줄이 달려 있고, 반구형 또는 아치형으로 펼쳐져 공기 저항을 크게 함으로써 떨어지는 속도를 늦춘다. 전술·전략상 요충지를 기습 점령하기 위해 수송기나 헬기로 병력을 공중 투입할 때 없어서는 안될 장비가 낙하산이다.

공직사회에도 낙하산이 있다. 흔히들 ‘어공’이라고 불린다. 어쩌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낙하산 인사는 엽관제(獵官制·spoil system)의 산물이다. 능력이나 실적보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정치적 관행을 가리킨다.

엽관제는 우리나라 정치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발달한 엽관제는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면 ‘어공’은 어떤 사람들일까. 쉽게 말하면 별도의 채용시험 등 절차 없이 기관장이 외부에서 데려와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다. 별정직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기관장과 임기를 같이하도록 돼 있다. 보통 선거 캠프 출신 등이 기용된다. ‘어공’은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에 비해 높은 직급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낙하산 인사의 단점은 행정의 계속성, 일관성, 안정성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엽관제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공이니 뭐니 해도 낙하산 덕분에 공직사회의 경직성성과 특권화가 얇아지고, 충성심과 일체감을 바탕으로 기관장의 행정 추진력에 속도가 붙는 측면도 분명 있다.

민선 7기 들어 광주시는 별정직(정무직 포함) 공무원 8명을 채용했다. 1급상당인 문화경제부시장을 필두로 정무특별보좌관, 국제관계대사, 비서관, 수행비서, 내근비서, 운전비서 등이다. 모두 이용섭 시장과 ‘인연’이 있거나 치열한 선거전을 함께 이겨낸 전우들로 꾸려졌다.

조금 있으면 광주도시공사·김대중컨벤션센터·광주테크노파크·광주과학기술진흥원·광주그린카진흥원 등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혹시나 이 시장 캠프 출신이 임명되면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것이 뻔하다. 하지만 낙하산이라고 싹다 걷어내면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낙하산이 적재적소에 떨어지는 것과 정도의 문제이다. 전문성과 추진력, 개혁성 등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이왕이면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 자라면 당연히 그쪽으로 고개가 돌려질 것이다. 인지상정상 그 정도까지는 인정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선거 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인사가 쌩뚱맞게 산하기관장을 맡게 된다면, 즉 부적격 낙하산이 투하됐을 때는 ‘적폐 청산’을 외쳐야 한다. 이왕 할꺼면, 부디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로 낙하산을 정교하게 떨어뜨렸으면 한다.

류성훈 사회부장 ytt77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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