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대통령은 호남에 무엇을 줄 것인가?

입력 2018.09.07. 16:05 수정 2018.09.07. 17:07 댓글 0개
윤성석 아침시평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前 참여자치21 대표

2001년 제16대 대선 후보자 경선에서 집권 민주당은 최초로 국민참여 경선제를 시행했다. 초반에는 그저 그런 후보였던 영남출신 노무현 후보는 광주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동력을 발판삼아 동교동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인제 후보를 제치고 집권당의 대선후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후 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나 대선 이후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에서나 호남지역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지세력이 돼주었다. 따라서 호남인들 사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을 위해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널리 퍼져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노후보는 아시아문화전당 설립을 공표했으며, 대선 승리이후에도 광주를 방문한 참에 전당건립을 재차 약속했다. 한편으로 참여정부의 최대 역점인 지역균형발전정책에서도 호남에 대단히 유리한 배치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호남의 기대감은 전임 김대중 정부의 호남정책에 대한 불만과 상실감이 상당 부분 배어있었다고 봐야 한다. 도청이전과 무안공항 신설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해 지역 내 이익충돌이 팽배했기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표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올해에도 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지역 내 의견충돌과 대립은 여전한걸 보면 대통령의 공약사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해야 될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막강했기에 과거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든다.

역 J-커브 현상의 패턴화

DJ와 MH정부는 우리 지역에 대형 국책사업을 펼쳐 지역발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대형 국책은 예상과는 달리 지역성장의 엔진 역할에 미흡하였을 뿐만 아니라 집행과정에서 지역 내 이전투구를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포크배럴(pork-barrel) 즉 선심성 국책사업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이에 허니문 효과가 약해진 집권 후반부에 호남인의 기대와 정부의 정책효과 사이에는 현격한 격차가 발생해 서로 간에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고 만다. 따라서 받는 객체와 주는 주체사이에 형성된 기대감과 정책효과 간 불협화음이 쌓여 양자 관계가 2차 방정식 그래프에서 반비례 관계인 역 J-커브(Reverse J-Curve) 그림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급격하게 대표세력이 교체되는 소용돌이 정치가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났다. 안철수 신드롬은 언제든지 호남에서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호남정책은 달라야 한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 탄생은 이충무공 왈 “무호남 무국가”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준 역사적 반전이다. 2016년도 촛불혁명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철퇴를 내린 국민적 저항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갖지만, 한편으로 18대 대선에서 유일하게 박근혜 후보에게 한자리 수 득표율을 준 호남의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뒤늦게나마 인정받은 의미도 지니지 않았을까? 18대와 19대 두 번의 대선에서 호남인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했기에 은근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그리 비밀사항도 아니고 충분한 인과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호남은 산업화과정에서 차별을 당했음을 다른 지역도 인정하고 있기에 말이다.

크게 국책사업과 인재등용에 한정해 제언을 하자면 첫째, 국책사업만으로 호남의 기대감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호남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얻어 ‘호남의 선택이 한국의 선택’이었음을 한국정치에 남기는 최상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호남의 기대감은 포크배럴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가치를 지닌 ‘쌍방향 존경=인정’ 관계임을 인지하고 성장과 평등 그리고 평화의 영역에서 호남의 자긍심을 높여 주기를 바란다.

둘째, 국가 기관의 호남권출신 인사 임명은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호남지역은 5·18과 민주화의 메카로서의 역사적 특성은 갖고 있지만, 지역권의 사회시스템은 의외로 비민주적이다. 장기간 지속된 일당독점체제의 구조적 폐해로 인해 헨리 밀스가 주창한 파워 엘리트체제 (power elite system)가 굳어져 버린 정치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임명하는 호남의 여러 인사는 기실 지역 패권세력의 일부로서 요즘 문재인 정부가 청산하고자 하는 ‘적폐’로 봐도 무방하다. 순전히 인간적인 인연을 통한 호남권의 인재등용은 오히려 호남지역의 성장과 민주화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호남 인사정책은 한물간 정치인을 등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호남을 짊어 질 젊은 세대에게 중앙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신선한 인사혁신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내 초중고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등을 두드려 주고 젊은 세대(30-40대)들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가교를 만들어 줄 때 문재인 정부와 호남은 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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