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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소장 비난' 언론 기사, 양승태 행정처가 기획·대필했다

입력 2018.09.07. 10:11 수정 2018.09.07. 14:36 댓글 0개
2016년 3월 박한철 前소장 토론회 발언 트집
'고영한 지시'로 행정처가 대필→언론사 제공
언론사는 별 수정없이 자사 기자 명의로 보도
헌재소장 비판 위해 가공의 취재원까지 등장
검찰, 관련자 시인 진술 확보…대가성도 수사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작성해 한 언론사에 제공해 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언론사는 법원행정처가 써준 대필 기사를 별다른 수정없이 원문대로 보도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했다는 의혹은 있었지만, 대필 기사까지 작성해 '여론 농단'을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원하는 기사를 실어준 대가로 이 언론사와 법원행정처 간에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는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3월22일 작성한 '○○신문 기사 초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이 문건엔 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법조인들 반응을 기사체 형식으로 작성한 글이 담겨있다. 박 전 소장이 이 문건 작성 나흘 전 열린 한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재재판관 지명 제도를 지적하자 이를 반박하는 형식의 글을 기사체로 만든 것이었다. 당시 박 전 소장은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는 발언을 했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제도로 헌재 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문건은 박 전 소장의 당시 발언을 두고 마치 법조계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처럼 묘사했다. 특히 문건엔 한 익명의 취재원이 박 전 소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처럼 기술했지만 실은 모두 법원행정처가 꾸며낸 가공의 인물로 파악됐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필 기사는 이후 해당 언론사에게 건네졌고, 며칠 뒤 별다른 수정 없이 지면 기사로 보도됐다. 기사는 이 언론사 소속 기자 이름으로 기사가 나갔지만, 당사자는 그런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고영한 전 대법관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18.08.01. park7691@newsis.com

이 문건은 당시 고영한 대법관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지시한 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헌재와의 갈등 양상에서 여론을 사실상 조작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문건을 작성한 당시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 등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기사를 작성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기사 보도의 대가로 해당 언론사에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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