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BTS 법

입력 2018.09.06. 18:02 수정 2018.09.06. 18:11 댓글 0개
나윤수의 약수터 칼럼니스트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월남 스키 부대’가 개그 소재로 등장한 바 있다. 수도 하노이의 1월 평균 기온이 17도를 웃도는 나라에 스키 부대가 있을 턱이 없다. 그래도 웃기기 좋아 하는 삼촌이 조카에게,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꽤 쏠쏠하게 써먹던 개그였다.

70,80년대 군 복무 방식의 하나로 지금의 사회 복무 요원에 해당하는 ‘방위’라는 제도가 있었다. 당시 방위 근무는 자랑은 못 되지만 부끄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남자들 사이에서는 1년짜리 방위를 왠지 숨기고 싶어 했다. 그때 나온 개그중 하나가 “월남 스키부대”다. 스키에다 월남이라는 나라를 합성해 있지도 않은 사실을 우겨 허풍을 치는 군대 개그다.

여자 친구가 “자기는 군대 어디 나왔어?”하고 물으면 ‘방위’제대한 남자 친구가 “월남 스키 부대”라고 둘러대곤 했단다. 더 나아가 “월남 스키부대로 베트콩 잡아 훈장까지 탔다”고 하면 조금 오버 했지만 개그는 성공적으로 끝난다. 있을 리 없지만 있는 것 마냥 우겨 사람을 웃기는 소재류의 개그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 시절,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월남 스키부대(?)라도 가서 의무(국방)를 다해야 남자로서 체면이 서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어서다. 그 시절 군대는 사격을 하다가 탄피 하나만 잃어 버려도 하루 종일 땡볕 운동장을 돌아야 했다. 이른바 뺑뺑이다. 한 훈련소에서는 모자를 분실한 이등병이 오줌을 싸고 있던 훈련 소장(별 하나) 모자를 훔쳐 쓰고 달아나다 모든 군인이 일제히 거수 경례를 해 모자를 벗어보니 장군 모자였더라는 웃지 못할 무용담도 회자됐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예외없이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군 입대를 해 기본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돼 천리 행군, 아침 구보, 고통스러운 내무반 점호 등으로 이어지는 선임의 괴롭힘을 견디다 보면 국방부 시계 3년이 지난다. 추억은 커녕 대부분 공포로 남는 게 군 복무다. 피할수 있다면 피하려는 게 군대다. 유독 고관 대작 아들들의 눈이 나쁜 이유도 다 그런 이유였다.

병역 특례법으로 제정하라는 ‘방탄 소년단 법(BTS법)’이 뜨거운 이슈다. 빌보드 1위를 2번이나 한 방탄 소년단도 국위 선양에 따른 병역 면제 특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위 선양에 축구·야구는 되고 노래는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이들 입장에서는 씁쓸하다. 이러다 국위 선양은 커녕 흙수저들만 군대에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이제는 월남 스키 부대 나왔다 해도 웃을 사람 없을 것 같다. 흙수저 들만 가는 군대. 월남스키부대 나왔다고 한들 누가 웃기나 하겠는가. “월남 스키부대 좋아하시네! 그 부대 없어진지 언제인데...”. 다시 썰렁 개그다.

나윤수 컬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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