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팽목 분향소 마지막날 "잊혀질까 두렵다"

입력 2018.09.03. 19:40 수정 2018.09.04. 08:17 댓글 0개
【진도=뉴시스】변재훈 기자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철거를 앞둔 가운데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8.09.03. wisdom21@newsis.com

【진도=뉴시스】변재훈 기자 = "가장 아프면서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장소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요."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분향소.

단원고 고(故) 오준영 학생의 엄마 임영애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힘겹게 입을 뗐다. 그는 "준영이가 생일인 4월23일 이 곳에 왔다. 팽목항은 일주일 동안 희망을 품고 기다리던 장소고, 준영이를 마지막으로 본 뜻깊은 장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잊혀지는 게 슬프지만 내 자식을 품고 집으로 데려간다고 스스로 위안 삼아본다"고 토로했다.

컨테이너 2개동을 이어 붙인 팽목항 분향소는 이날 오후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진도군청 공무원 30여명은 분향소 추모기념물을 조심스레 분향소 밖으로 옮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4·16가족협의회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분향소 내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팽목 분향소의 마지막을 지켰다.

분향소를 지키던 고 김도언 양의 어머니 이지성 씨는 향로에 향이 꺼지지 않도록 거듭 살폈다.

그는 진도군청 직원들이 분향소에 있던 추모물품을 치우자 애써 고개를 돌리며 슬픔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다.

팽목항 분향소 주변은 참사 희생자 304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 270명의 사진이 분향소 밖으로 옮겨질 준비로 분주했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흰 장갑을 낀 채 유가족들에게 전달될 사진을 포장할 상자를 마련했다.

분향소에는 마지막으로 분향을 하기 위해 찾아온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방명록의 마지막장에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을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등의 글이 적혔다.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추모객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에서 왔다"면서 "유가족의 아픔이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도=뉴시스】변재훈 기자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설치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철거되는 가운데 진도군청 직원들이 참사 희생자의 사진을 담을 종이상자를 준비하고 있다. 2018.09.03. wisdom21@newsis.com

팽목항 분향소는 지난 2015년 1월14일부터 컨테이너 2개동 규모로 설치됐다.

이후 줄곧 분향소를 지켜왔던 단원고 고 고우재 군의 아버지 고영환 씨는 "분향소 철거라는 말 자체가 서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추모공간을 마련하겠다던 진도군은 예산 핑계를 대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진도군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착잡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아직 진상 규명과 선체 보존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렇게 밀려나고 잊혀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wisdom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일반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