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백운·주월 홍수' 원인 뻔한데···광주시만 모르나봐

입력 2018.09.03. 17:32 수정 2018.09.04. 10:15 댓글 6개
두차례 폭우 피해만 392건…광주시 하수관거 정비 손놔
지하철 2호선 논란에 중지된 공사, 주민들 피해만 가중
남구 “공사재개 요청했지만 묵묵부답…피해지원 주력”

최근 폭우로 인해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일대에 연이은 ‘물난리’가 발생, 남구가 광주시에 하수관거 정비 사업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결책을 쥐고 있는 광주시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마음졸이는 주민들과 달리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또다시 물난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거냐’는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3일 남구에 따르면 지난달 27·31일 두 차례 폭우로 인해 총 392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침수 피해로 집계됐으며 상가 160건, 도로 89건, 주택 61건 등 순으로 피해신고가 많았다.

백운고가 침수 등 물난리를 겪은 백운·주월동 주민들은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폭우 예보에도 4일 만에 피해가 반복, 지자체의 대처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두 차례 폭우 당시 백운광장 일대 대남대로를 비롯, 백운·주월동 골목 곳곳에서 빗물이 성인 남성의 허리 부분까지 차올랐다.

남구는 모래주머니 700여개를 준비하고 동구와 도시철도공사에서 양수기도 급히 빌려오는 등 대처에 나섰으나 침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물 입구에 쌓인 모래주머니를 뚫고 물이 내부로 들어왔다. 우수관 입구에서도 물이 빠지기는커녕 빗물이 차오르기만 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5·여)씨는 “생전 본적도 없는 침수가 나흘 만에 연달라 발생했다”며 “당장 장사는 물론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할 게 뻔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주민 이모(43)씨는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구청에 전화해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이 정도 물난리라면 모래주머니를 쌓는 게 아니라 비가 내리기 전에 배수시설부터 확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시방편이 아닌 예방책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사실상 배수시설 확장 등 근본대책에 손을 대지 못하면서 복구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일대 하수관거 정비 사업 중단으로 추정된다.

광주시는 2012년부터 상습 침수지구인 백운고가 일대에 하수관로 신설 등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완공됐어야 했지만 백운광장~봉선동 M아파트 505m 구간은 도시철도 2호선 예정구간과 500m 가량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2년째 공사가 중단됐다.

예산 절감과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시철도 공사와 병행하겠다는 의미였지만 도시철도 사업이 공론화 논란으로 지연되면서 하수관거 정비 사업도 손을 놓은 상태다.

반면 지난해 하수관거 정비를 마친 백운고가~농성광장 1.4km 구간은 시간당 70㎜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게 돼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하수관거 정비 중단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구청 앞에서 침수가 발생하는데도 피해 예방책이 아닌 사후 복구 및 지원 위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남구로서는 답답할 뿐이다.

하수관거 정비 등 배수용량 확장이라는 근본 대책이 뻔히 보이지만 자치구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사업주체인 광주시에 하수관거 정비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 달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남구는 일단 피해주민들에 대한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정례조회를 통해 “사소하지만 업무 외적으로도 도울 수 있는 일이 많다. 침수 피해를 입은 주변 상점들을 자주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구 관계자는 “무엇보다 하수관거 정비 등 근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주시에 공사 재개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자치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용기자 ydy2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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