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금호시민문화관

입력 2018.09.02. 20:34 수정 2018.09.02. 20:38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지난 시절 광주시민들은 서울 등 외지로 향할 때 기다려서라도 광주고속을 이용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광주의 대표적 회사 금호(錦湖)를 향한 지역민들의 사랑은 애틋했다. 해방 이후 부도덕한 정권의 노골적이고 은근한 차별과 배제에 지역민들은 마음으로 힘께했다.

시민들과 시간을 함께 해온 금호, 작은운수회사를 한국 최고의 기업집단으로 키워낸 고 박인천 초대회장의 자택이 ‘금호시민문화관’이란 이름으로 시민 품에 안긴다.

금호시민문화관은 과거 버스터미널이 있었던 대인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직원들과 함게 웃고울던 금호아시아나의 역사를 안고 있다. 박회장의 부인 고 이순정 여사가 버스 기사, 차장, 정비공들에게 직접 밥을 해먹이며 함께 살아온 곳이다. 또 예술인들을 사랑했던 고 박 회장이 국창 임방울 선생, 의재 허백련 등 당대 예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곳으로 예술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는 이야기도 놓치기 아깝다.

잠깐 그의 삶을 돌아보자. 고 박인천 회장은 나주공립보통학교 졸업후 목화사업을 비롯해 미곡상, 가마니 장사 등 다양한 사업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문관시험에 합격해 순사로 재직했으나 2차 대전 때 일제의 강제징용모집을 거부해 강제퇴직하고 해방직후 미제 택시 두 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광주의 훨씬 큰 운수회사들은 사라졌지만 박인천 회장은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의 자택은 본채와 사랑채 외에 공원 같은 넓은 마당이 눈에 띈다.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정원수 들이 담장처럼 둘러싸고 있는 너른 잔디마당, 조각품들까지, 공원이 따로 없다. 본채는 일제강점기이던 1931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건축물 자체의 역사도 만만찮다. 사랑채는 문화재적 가치가 커 문화재등록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금호시민문화관 본채는 박인천 회장과 이순정 여사의 삶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자료실 형태로 꾸며질 전망이다. 금호와 박 전회장 내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선보일 테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이순정 여사의 부엌이 아닐까싶다. 재벌가 회장, 초대 회장 사모님의 부엌은 많은걸 이야기할 듯하다. 자본주의라는 물신의 시대에 고 이순정 여사의 낡고 소박한 부엌은 여느 중산층 가정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니 훨씬 허름해 보인다. 놓치지 말길 권한다.

작은 숲으로 둘러쌓인, 1천평이 넘는 너른 마당도 놓칠 수 없다. 금호가 향후 예술가나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인근 대인예술시장과 맞물려 어떤 색깔로 변신할지 궁금하다. 젊은예술가들의 문화놀이터로 거듭나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했던 초대회장의 마음이 풍성한 문화예술 경연장으로 되살아나면 좋겠다,

조덕진 아트플러스편집장 mole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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