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가면을 쓴 사탄

입력 2018.08.24. 15:51 수정 2018.08.24. 15:56 댓글 0개

‘루시퍼(Lucifer)’는 악마군단을 지배하는 지옥의 왕으로 묘사된다. 단테의 ‘신곡’에 세개의 얼굴, 여섯개의 날개를 가진 괴물로 나온다. 루시퍼는 악(惡)의 상징인 ‘사탄(Satan)’과 동일시된다. 원래는 천계(天界)의 치천사(熾天使·천사의 아홉계급 중 첫번째) 가운데 한 명으로 천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위대해 그만큼 신(神)에게 사랑을 받았다. ‘빛을 내는 자’, ‘새벽의 샛별’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유다.

그러나 신의 사랑에 자만한 그는 휘하의 많은 천사들을 이끌고 신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나섰다가 노여움을 사 천계에서 추방당하고 지옥으로 내쳐졌다. 루가의 복음서에는 “예수께서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10:18)”라고 해 사탄의 지옥 추방을 증명하고 있다. 밀턴의 ‘실락원’에 따르면 이 때 추방된 것은 루시퍼 만 아니라 그를 따랐던 반역천사들도 함께였다고 한다.

대천사(大天使) ‘미카엘(Michael)’은 신에 대해 ‘쿠데타(?)’를 감행하려 했던 루시퍼와 맞서 싸워 이를 물리쳤다(요한묵시록 12:7~9). 루시퍼가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악, 사탄이라면 이교도에서의 사탄으로 ‘벨제블(Beelzebul-파리의 왕, 히브리어로는 바알제붑·Baal-Zebub)’도 있다(마태오복음서). 그런가 하면 ‘벨리알(Belial)’은 정의와 빛이라는 숭고한 존재와는 인연이 없이 그리스도와 정반대에 있는 존재다. 이름의 어원(語源)은 ‘무가치’를 의미하는 히브리어다. 밀턴은 벨리알에 대해 “타락한 천사들 중 그만큼 악덕을 사랑한 비천한 자는 없다”고 했다.

사탄은 그 여러 불림(이름·名)과 더불어 ‘방해자’, ‘적대자’란 뜻을 지닌다. 보통명사로는 개인이나 국가의 적대자를 가리키며,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초자연적 존재로서 ‘귀신들의 우두머리’를 지칭한다. 곧 하느님을 대적하거나 사람들을 유혹해 하느님을 대적하게 만드는 ‘악한 영(靈)’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광주지법 형사재판이 27일 예정돼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고 기술했다. 그는 故 피터슨 목사가 찍었던 당시 軍헬기 사진도 가짜라며 두사람을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까지 했다. 그의 재판정 출석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전 전 대통령의 죄상은 익히 알려지고 확정된 바다. 그만 부정하고 있다. 광주의 양심,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 하는 그는 그러면 천사일까.김영태 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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