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CEO 미술관장의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입력 2018.08.20. 16:38 수정 2018.08.20. 16:49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리더가 모든 걸 알아야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모임에서 나온 리더에 관한 이야기 한 대목이다.

최근 광주시 미술관장 공모를 둘러싼 이야기였다.

리더에 대한 품평도 이어졌다. 자신이 모든 사안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유형, 잘 알지도 못한데다 전문가를 선정하는 능력도 없는 유형, 관련분야 인사들과의 교류를 자신의 전문성으로 착각하는 유형 등등으로 이어졌다. 물론 각 유형의 문제점은 저마다 짐작하는 대로다.

말이 나온 김에 사적 견해를 더하자면 주변인물이 한 사람의 존재를 규정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세종대왕 시절이라고 특별하게 빼어나고 훌륭한 학자들이 넘쳐났고, 연산군 대에는 터무니 없게도 기회주의자와 탐욕꾼들만이 있어서 불행한 역사로 빠진 것일까.

뭐 될성부른 나무는 다르다거나,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유전학이나 운명론을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다.

공인의 자리에 서려는, 서 있는 이들은 적어도 세종대왕 같은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이고 덕목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거다. 결정의 파장이 작은, 선택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사인이라면 감놔라 배놔라할 이유가 없다. 공인의 결정은 나와 이웃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양한 목소리는 그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최근 광주시의 시립미술관장 공모에 관한 기대감에서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문화 예술도시가 살아나기 위해서 시장이 문화예술인일 필요는 없다, 관련분야 전문가를 선정하면된다 등등에 관한 의견들이었다.

시는 그동안 지역화가 등이 관례적으로 맡아오던 미술관장에 대해 ‘전문성’을 중요 덕목으로 내세웠다. 시가 밝힌 조건은 ‘국제적 안목’ ‘전문적 리더십’ ‘미술관 경영 CEO’다. 이를 위해 연고주의도 배제하고 낮은 수준인 연봉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계 내외부에서 시의 이번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전문가 영입의 중요성 필요성을 약속했다.

문화경제부시장제 도입과 함께 이번 시립미술관장 인사는 향후 광주시의 전문성, 미래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광주시는 예술의 도시, 문화수도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타 시도 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관련분야를 이끌어가는 문화예술행정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진 때문이라는 것이 문화계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지금껏 광주시는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역량도 없어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시가 밝힌 미술관장 역량에 관한 조건은 그동안 지역문화계와 전문가 진영에서 제기해온 것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시립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국제기관과 국제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미래를 가꿔가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이들 두 국제기관이 제기한 화두들을 광주에서 꽃피워내고 영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은 바로 ‘시립’미술관일 수 있어서이고, 시립미술관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시립미술관장을 시작으로 그동안 논란이 돼온 광주문화예술회관장 등 지역 문화관련 분야의 수장 자리, 광주시 문화관련 공직자들의 전문성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이어지면 좋겠다.

어찌 첫술에 배부르겠는가만은, 시의 전문가 영입 의지가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에 지적 문화적 기간망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채찍이 뒤따라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조덕진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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