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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여전히 찬반 팽팽…"낡은 규제 개선해야" VS "인터넷은행 효과 의문"

입력 2018.08.19. 06:0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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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위용성 천민아 기자 = 여야의 8월 임시국회 처리 합의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찬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규제완화에 찬성 입장을 밝힌 전문가들은 은산분리가 50년을 훌쩍 넘긴 낡은 규제인 만큼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사금고화 등 은산분리 완화로 우려되는 부작용들도 제도적 수단을 통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은산분리 취지 자체가 과거 재벌 대기업이 공격적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자금이 부족했던 시기에 은행으로부터 재벌을 떼어놓려고 했던 것"이라며 "10%대 고도성장기였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재벌들이 돈이 모자라면 은행 돈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은 재벌이 가진 자본도 불법적으로 은행 돈까지 전용해야 할 유인이 없다"며 "그래도 우려가 된다면 대주주는 자기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금지하는 식으로 은산분리의 취지는 살리면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산분리 자체는 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처럼 특수한 기술적 요건에 의존하는 초기단계 산업의 경우에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은산분리의 기본 목적은 시스템적인 리스크와 관련돼 있는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스템 리스크적인 금융기관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산업자본이 가질 수 있는 지분율을 다르게 적용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도 규모를 고려해서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결국 우려되는건 대주주와의 관계일 텐데 아예 대주주에 대한 채권채무관계를 금지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ICT의 접목이 가속화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게 은산분리 완화로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몇백억 정도 투자해서 되는게 아니라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에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결국 투자싸움이자 규모의 싸움이란 얘기"라며 "이번에 규제를 풀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도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카카오뱅크 부스에서 모바일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 받는 과정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2018.08.07. photo1006@newsis.com

반면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부작용을 방지할 만한 수단이 충분치 않으며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금융혁신으로 연결되리란 보장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기법으로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계대출 중심으로 이자 마진을 남겨 주주들에게 이익 배당을 해주는 시스템"이라며 "핀테크 기법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 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기존 은행도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 뱅킹으로 하는데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벌의 사금고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재벌 기업 중에서도 SKT, LG전자, 삼성전자 등 ICT 기업이 많다"며 "그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할 때 이를 막는다면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애초부터 정책적으로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실 ICT 기업이라고 해서 은행 경영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은행은 관리가 더 중요한데 ICT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며 "금융혁신을 일으킬 만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도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서 오히려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혁신을 해서 얻는 이익이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믿는 모양인데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는 한국금융투자가 대주주가 돼서 잘 하고 있다. 카카오처럼 하면 되는데 굳이 은산분리를 건드릴 이유가 있냐"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얼마나 스스로 경영을 잘 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지 은산분리를 완화했다고 더 경영을 잘하게 된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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