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안희정은 유죄, 국가는 없다"…대규모 여성 시위

입력 2018.08.18. 21:29 수정 2018.08.20. 05:52 댓글 0개
역사박물관 앞 집회…"사법부도 유죄" "편파경찰 규탄"
김지은 입장 "당시 최대 거절 표현, 잘릴까봐 두려웠다"
연사·참석자 발언 등…문화계 미투 폭로 최영미 시인도
오후 6시 도심 행진…성별·연령 무관 다수 시민 참석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양소리 윤슬기 기자 =18일 서울 도심에서 여성 단체들이 대거 집결해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성(性) 편파 수사·판결'을 규탄했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33)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4일 만이다.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젊은 여성 이외에도 성별과 연령대가 무관하게 다수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가자 수를 2만명으로 추산했다. 경찰도 구체적으로 집회 참가자 수를 집계하지 않았지만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참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당초 2개 차선에서 3개 차선이 집회 장소로 쓰였다.

참석자들은 "성범죄자를 비호하는 사법부도 공범이다. 안 전 지사가 문제면, 사법부가 유죄다"라며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한 폭로가 위축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은 편파수사 법원은 편파판결", "성범죄자 비호하는 사법부도 공범이다" "진짜미투 가짜미투 니가 뭔데 판단하냐"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가 유죄다" 등의 규탄 구호를 쏟아냈다.

이날 집회에는 '사법부도 유죄다' '안희정은 유죄다' '피해자가 왜 꽃뱀·걸레로 불리는가' '침묵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안희정 무죄판결을 규탄한다' 등의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일부는 '못살겠다 박살내자' '사법부도 유죄다' '편파경찰 규탄한다' 등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참석자도 있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위력이 있음을 따진 것이 아니다. 가해자 측 증인들이 일방적으로 언급한 단서 하나하나를 모두 피해자의 '긍정의 증표'로 읽었다"라며 "피해자답지 않다는 시선과 잣대, 피해자만 의심스럽다는 색안경은 어떤 성폭력도 적용되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정혜선 변호사는 안 전 지사 1심 선고에 대한 김지은(33)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김씨는 1심 무죄 선고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법원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바로 잡을 때까지 살아내겠다"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김씨는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했다. 저는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표현했다. 그날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내지 않고 업무를 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이 다시는 안 하겠다는 그 말을 믿었다"라고 밝혔다.

또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이상한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했다. 일관되게 답했고 많은 증거를 제출했다"라며 "판사는 3분은 제 답변을 들으셨나. 검찰이 재차, 3차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거면서 왜 물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왜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안 들으시나"라면서 "왜 제 답변은 안 듣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을 귀담아 듣나, 그동안 성실히 악착같이 수사 받고 재판 받았다. 무수히 많은 질문에 다 대답했다. 제게 무슨 질문을 또 하시려 하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는 "재판부는 오직 피해자만을 의심하고 왜곡했다"라며 "김지은이 수행비서가 된 것은 예외적인 발탁이었다. 최초의 여성 비서가 됐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열심히 일했다. 그런 피해자가 성폭행 다음 날에 일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이어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것을 질책한 비열한 꼼수가 판결문 전체에 가득하다"라며 "가해자에게 물어야 할 성인지 감수성을 피해자에게 물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편이었을 뿐만 아니라 판결을 통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한 구조적 폭력이다"라고 했다.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폭로를 했던 최영미 시인도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김지은은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진술을 번복한적 없다. 그런데 안희정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해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라며 "안희정이 정말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감옥에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6시10분께부터 광화문광장과 보신각 등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가두행진을 하는 동안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안희정 유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가두행진에는 여성 뿐만 아니라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 연인 등도 다수 참여했다.

약 1시간40분에 걸친 가두행을 마치고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온 집회 참석자들은 '편파수사' '편파판결' '피해자다움' '남성연대 '성폭력' 등이 적힌 검은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주최 측은 횃불을 손에 들고 "미투는 끝나지 않는다"라고 외쳤다. 일부 여성들은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다움 강요말고 가해자나 처벌해라'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s.won@newsis.com

sound@newsis.com

yoonseu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