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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고레에다 히로카즈 '좀도둑 가족'·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전건우 '고시원 기담'

입력 2018.08.17. 14:03 댓글 0개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좀도둑 가족

'어느 가족'으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영화감독의 소설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좀도둑 가족'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는 100% 언어화되지 않는 예술"이라며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언어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도쿄 도심을 살짝 벗어난 동북쪽 동네, 고층맨션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단층 목조주택에 '어느 가족'이 살고 있다. 옆자리 파친코 구슬을 천연덕스럽게 훔치는 할머니, 할머니 연금을 축내며 좀도둑질을 일삼는 아버지, 세탁공장에서 손님의 옷 주머니를 뒤지는 어머니, 가슴을 흔들며 연애를 파는 어머니의 이복동생,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좀도둑질을 배우는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였지만, 어느 겨울날 작은 소녀가 새 식구로 합류하게 되면서 6명의 가족이 완성된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애틋한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일 수 있을까. 혈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정을 쌓고 함께 시간을 보내도 가족이라는 연대는 불가능한 것일까.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의 의미를 물을 뿐,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영화에 미처 그리지 못한 가족의 비밀과 결정적 순간의 디테일이 담겼다. 장선정 옮김, 280쪽, 1만3000원, 비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작가 옌롄커의 장편소설이다. 2005년 발표되자마자 금서가 되고 중국 현대 문학사의 문제작이 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중국 사회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한마디는 혁명 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언어를 인간의 욕망으로 해체함으로써, 혁명의 역사를 반문하고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권력욕, 인간적 욕망, 성욕 등이 한데 얽힌 작품이다. 시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혁명과 공화국의 역사를 희화화하면서 혁명의 역사에 반문한다. 혁명의 서사와 욕망의 동경을 대비시킴으로써 중국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과 왜곡된 인간 존재를 짚었다. 김태성 옮김, 320쪽, 1만3000원, 웅진지식하우스

◇고시원 기담

전건우 장편소설이다. 변두리 시장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8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다채롭게 펼쳐진다. 424쪽, 1만3000원, CAB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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