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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첫 정부기념식
입력 2018.08.14. 17:26 수정 2018.08.14. 17:35 댓글 0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안식의 집' 공개
文대통령 "日정부 반성하고 각성해야 해결된다"
이용수 할머니 "200살 먹더라도 문제 해결할 것"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 첫 정부기념식이 열렸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기림의 날' 첫 정부기념식을 개최했다.
8월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위안부 피해사실을 최초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날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한이래 민간에서 다양한 기념활동을 펼쳐왔다.
정부는 이 같은 뜻을 이어 받아 8월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 첫 기념식은 추모비 제막식과 기념식 순으로 진행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인 '안식의 집'은 국립 망향의 동산 내 모란묘역에 설치돼 이날 일반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 망향의 동산은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장된 곳이다.
안식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고 고통과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할머니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이 구상됐다.
안식의 집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전 생애를 ▲떠나는 순간의 두려움 ▲고통과 좌절, 힘들고 고된 삶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와 평화와 인권을 위해 활약한 시간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마지막 모습 등 4단계로 표현한 표지석 4개와 의자석들로 이뤄졌다.
우리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시선,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우리들의 시선, 할머니들이 흘렸던 눈물을 상징했다. 또 피해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던 오랜 고통과 좌절의 시간은 물론 피해자로 침묵하던 할머니들이 인권운동가로서 연대하며 활동했던 시기 등을 담고 있다. 고통의 시간을 딛고 오히려 큰 사랑을 베풀고 떠나는 할머니들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도 표현돼 있다.
국립국악중학교 정서연 학생의 추모 퍼포먼스(공연)를 시작으로 표지석 각각의 의미를 되새기며 순차적으로 제막됐다. 특히 이번 제막식에는 미래 인권과 평화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제막식 후 이어진 기념식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영상을 시작으로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고 기림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했다.
배우 손숙씨의 헌시 낭독(이청리 시인의 '아름다운 박수소리'), '가시리' 노래를 특별 편곡한 기림공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 기념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고향의 봄'을 천안평화나비 시민연대 청소년들이 합창으로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두 나라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다"며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 기록의 발굴부터 보존과 확산, 연구지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는 "27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과 사죄,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며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추모비를 세워준다고 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고맙고 감사하다. 조금이나마 한이 풀리는 것 같다. 기념비는 문 대통령이 세웠다고 할머니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게 도와 달라. 내 나이가 90살이 넘었다. 여러분들이 힘을 주면 200살 먹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큰 절 올리고 싶은데 다리가 아파서 못 올리겠다. 북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보고 싶다. 꼭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기념식 외에도 '기림의 날'을 함께 기념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유관부처, 기업, 시민단체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가 마련됐다.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 작품과 학생작품 공모전 수상작들을 담은 기념엽서가 제작된다. 전국 주요 대형서점(온·오프라인)에 일본군 위안부 도서 특별코너가 개설돼 '기림의 날'의 의미를 확산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PC·모바일)는 14일 하루 동안 '기림의 날' 상징물인 노란 나비 모양을 대문화면에 표출할 예정이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기림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에 기여하길 소망한다"며 "현 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인류 보편의 여성인권과 평화실현을 위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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