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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에 들끓는 여성들…"사법부 편향 인내 한계"
입력 2018.08.14. 16:45 수정 2018.08.14. 16:58 댓글 0개여성들 "남자 상사가 어깨만 잡아도 몸 얼어붙는데"
불법촬영 편파수사 5차 규탄시위 촉구하는 글 쇄도
"홍대 몰카범과 안희정 선고가 시위 동력으로 작용"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김지은 기자 =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가장 거물급으로 꼽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14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초범이자 여성인 이른바 '홍대 몰카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지 하루 만에 안 전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자 여성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사법부의 편향성을 보여줬다"며 반발했다.
이번 선고는 법정에서 나온 판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향후 권력형 성폭행의 사회적 인식과 처벌 수위의 기준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가 가해자로 지목받은 데다 '위력'이란 다소 생소한 개념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해서였다.
결국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비서 김지은(33)씨가 안 전 지사에게 제압당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조목조목 따졌다.
재판부는 김씨와 안 전 지사 간 첫 간음이 발생한 경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씨가 최초로 간음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지난해 7월30일 러시아 호텔에서의 상황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간음행위 전 단계에서 안 전 지사가 맥주를 들고 있는 김씨를 포옹하고 '외롭다' '안아달라'고 말했다. 이 행위를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가 간음에 이르기 전 심리적으로 얼어붙는 상황일 정도로 매우 당황해 바닥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요구에 따라 안 전 지사를 살짝 안는 행위로 나아가기도 했다"고 김씨의 행동에 사실상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발언에 상당수 여성이 분통을 터트렸다.
김모(30·직장인)씨는 "인턴으로 일할 때 차장이 뒤에서 내 어깨만 잡아도 고개를 돌리면 얼굴이 마주칠까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순식간에 몸이 얼어붙는 그 기분을 모른다"며 "이 선고에 따르면 상사가 날 만질 때 몸부림치고 소리지르며 울어야 비로소 저항으로 인정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모(30·직장인)씨는 "남자들은 군대에서 선임이 시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늘 말하는데, 하물며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 사이에서의 그런 일들이 위력 행사가 아니라니 말도 안 된다"며 "김씨의 향후 모든 커리어가 안 전 지사에게 달린 상황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단 사실을 재판부가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도 들썩이고 있다.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는 이날 선고를 비판하는 글이 분 단위로 게시되고 있다. '법원 앞에서 시위하자' '시위를 전국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5차 시위 일정은 언제쯤 나오나' '이 나라에서 나의 가치는 성기와 자궁뿐인가' '살기가 싫어진다' 등의 글이 수두룩하다.
여성 우월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오늘 판결은 여성들이) 개돼지의 삶을 살라는 나라의 메시지"란 글에는 무력시위를 주장하는 댓글 등 격앙된 반응 일색이다.
이같은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오후 7시 서부지법 앞에서 항의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앞서 4차례 열렸던 편파수사 규탄시위의 규모가 이번 선고 이후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폭염이 한창이던 4일 4차 시위에 수만명이 몰린 것을 고려하면 편파판결 논란이 겹친 5차 시위의 참여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온라인상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5차 시위 일정을 묻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홍대 몰카와 안 전 지사 선고가 시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여성이 가해자일 땐 초범이라도 어떤 정상 참작도 없더니 남성이 가해자일 땐 여성 피해자에게 모든 것을 다 입증하라고 했다. 최근 이틀 동안 사법체계의 편향성이 연달아 나타났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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