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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80조 투자' 광주 전장산업 호재냐, 빈 수레냐

입력 2018.08.14. 11:59 수정 2018.08.14. 13:01 댓글 2개
삼성, 4대 미래형 전략산업에 전장부품 포함
총선-대선 공약, 文 정부 국정과제로도 채택
전북·경북 등 삼성투자 유치 올인 광주 미적
"광주시, 정치권, 경제계 투자유치 힘모아야"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삼성은 8일 신규투자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사업육성을 골자로 하는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180조원으로 확대하고 국내에 총 130조원(연평균 43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18.08.08. taehoonlim@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삼성이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전장(電裝·전자장비)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180조원을 투자, 4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통 큰 결정을 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광주공약인 미래형자동차 전장산업 생산기반 조성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그러나 삼성발 투자계획 발표 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투자 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조(兆) 단위 투자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대선공약 이행과 삼성투자 실현을 위한 보다 공격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해결 역시 시급한 실정이다.

14일 광주시와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8일 전략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앞으로 3년 간 180조원(국내 투자 130조)을 투자해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개 산업을 집중 육성, 직접 채용 4만명을 포함해 70만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장산업의 경우 정부 여당과 대통령이 수차례 '광주 공약' '광주 유치'를 공언한 상태여서 실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분야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4월 총선 공약으로 '전장사업 광주 유치'를 발표했고, 이듬해 4월에는 대선 공약에 반영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까지 채택했다.

이에 발맞춰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해 3월 전장산업육성 기본계획을 작성했고, 11월에는 실무를 맡을 TF팀을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해 최근까지 20여 차례 기획회의를 가졌다. 올 들어서도 기획컨설팅 용역, 중앙 기획위원회 구성, 산업통상자원부 예비타당성사업 건의, 기업 설명회, 심층분석 연구 등이 이어졌다.

국가사업으로 진행된 친환경차 부품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연계해 광주가 미래형자동차 전장산업의 최적지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광주를 전장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은 2016년 초 삼성전자가 광주 백색가전라인 일부를 해외로 이전한 데 대한 지역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삼성 등 대기업의 전장부품 사업을 광주로 유치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의 180조 투자계획이 발표된 후 전북과 대구, 경북 등 일부 광역지자체들이 삼성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광주 공약'이 위협받을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전북 군산의 경우 완주 현대차와 군산 한국GM, 타타대우 등 상용차와 승용차를 골고루 생산해온 점과 최근 삼성이 산업부에 한국GM 관련 자료를 요청한 사실, 삼성이 2년 전 20조원대 새만금 신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을 백지화한 점,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로 지역경제가 파탄난 점 등을 들어 삼성의 전장산업 투자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삼성의 구미사업 축소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이유로 삼성이 TK(대구·경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광주는 실무기획 회의만 이어질 뿐 정치권도, 시청도, 경제계도 삼성 투자를 강건너 불 보듯 하고 있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연간 62만대 자동차 생산에 삼성, LG 등 대기업의 전장산업 핵심사업부까지 유치해 광주가 미래차 메카가 되도록 초당적 협력과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민주당의 약속과 '미래형자동차 전장 부품 생산 기반 조성 및 광주형 일자리 성공 지원'을 광주 8대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 정부여당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액션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민선7기 광주시도 현대차 광주 생산라인 투자와 도시철도 2호선, 산하기관장 인사 등에 매몰돼 삼성투자 유치에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이나 시청 조직 내로의 특별 영입 등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삼성이 인수한 미국의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의 투자 동향도 깜깜한 실정이다.

시의회나 지역 경제계 역시 관련 성명이나 입장 발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 투자는 정치적, 정무적 접근과 빅딜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대선 공약도 빼앗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한편 전장은 자동차의 전기·전자 장치를 통칭하는 부품으로, 수익성이 뛰어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이다. 전기모터와 가솔린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가 대중화되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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