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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 안희정 1심 무죄···"위력 증거 부족"

입력 2018.08.14. 11:03 수정 2018.08.14. 12:22 댓글 0개
"위력 갖고 있지만 피해자 자유의사 억압했다는 증거 부족"
"텔레그램 중요 증거인데 모두 삭제…피해자 진술에 의문"
"신빙성 떨어지는 진술이 2차 피해 탓이라 단정도 어려워"
"나름 방식으로 거절했다 해도 현행 법 체계상 범죄 안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8.08.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온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오전 303호 법정에서 안 지사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지사에 대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기 보기 힘들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증거 조사 결과에 따를 때 피고인이 도청 내에서 피해자에게 위력을 일반적으로 항시 행사하고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력, 간음, 추행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제압당했다고 볼 상황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저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물리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 진술인데, 텔레그램 대화가 삭제되는 등 진술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결의 고려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대부분 삭제돼 맥락 연결이 안 될 뿐 아니라 삭제(자체)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며 "텔레그램은 중요한 증거인데 모두 삭제된 정황을 볼 때 피해자 진술에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는 것이 2차 피해로 인한 충격인지도 고민했다"며 "혹여 피고가 성적 길들이기를 한 것은 아닌지, 피해 사실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심리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봤지만 제반 증거나 사실 관계를 비춰볼때 이런 상태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행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 안 전 지사를 유죄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유의사를 제압해 간음 및 추행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명시적 동의를 표현한 적 없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는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선고는 3월5일 전 충남도청 정무팀 정무비서 김지은(33)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미투'(Me too)를 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법적 결론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해외 출장 등을 수행한 김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에서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도 있다.

이에 검찰은 4월11일 안 지사에게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법원은 6월15일부터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 일곱 차례 공판을 열었다. 앞서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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