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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상회담 시기…北,날짜는 있다는데 확정은 안된 배경은?

입력 2018.08.14. 07:34 댓글 0개
종전선언·대북제재·남북경협 불만 우회적 표현
일정 밝히지 않으면서 경헙확대 등 지렛대 활용
【파주=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마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08.13. photo@newsis.com

【판문점·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 =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9월 가을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졌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리 위원장은 13일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 말 안 했어. 날짜 다 돼 있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북측의 일정 상황들을 감안할 때 9월 안에 평양에서 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여러 가지 좀 더 상황을 보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 언급을 피한 것을 두고,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남북경협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최근 선전매체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 등에 대해 지적해왔다.

북한 조평통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에도 '외세에 대한 맹종맹동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장애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여가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이러한 지향과 요구에 비해볼 때 지금 판문점선언 이행에서 응당한 결실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북남 사이 여러 사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내막을 보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맥락은 이날 고위급 회담에서 리 위원장의 발언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은 고위급회담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다"며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고위급회담이었음에도 약 119분 만에 종결되고, 보도문 내용 역시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과 9월 평양 정상회담 개최 정도만 간략하게 담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불만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주=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경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8.13. photo@newsis.com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애당초 이번 회담은 북한이 답답함과 섭섭함을 토로하고 했던 것이지 정상회담은 주요의제가 아니었다"며 "보도문 앞에 담긴 핵심은 남북관계와 함께 현재 상황을 재점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은 9월에는 제대로 하자는 말이 아니겠냐"며 "그것이 핵심인데 정상회담 날짜 자체를 강조하면 본질이 오히려 흐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북측 대표단에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여했다는 점도 북측이 애초에 판문점 선언 이행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진표'자체가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던 거 같다"며 "그러다보니까 막상 남북 간 대화를 진행하는데 우리 쪽에서의 진전된 내용을 북한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결국 리 위원장이 불만을 나타낸거 같다"고 분석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8월 말, 9월 초 정상회담안은 우리가 북한 설득하는 안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하여금 양보를 이끌어내서 타협안 만들어서 유엔총회 나오게 해서 종전선언 이끌었다 구도였기 때문에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는 거부감 드러낸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회담 일정 비공개를 통해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대한 일정 공개를 미루면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력 지대나 경협사업 확대 등을 의제로 넣는 발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회담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의제에 대해 "정상회담 관련해서 실무회담도 해야 하고 의제 문제도 있다"며 "그런 것과 관련해서 양측 간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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