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공감없는 지역정치, 그 길을 묻다

입력 2018.08.08. 16:16 수정 2018.08.08. 16:24 댓글 0개
구길용의 무등데스크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취재본부장

정치는 교감이고 공감이다. 유권자와의 교감, 지역사회와의 공감, 그게 없는 정치는 늘 겉돌기 마련이다.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질서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의 권위적 배분까지 과정이 정치라고 정의한다면 공감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유권자 없는 정치인은 상상할 수 없듯이, 공감 없는 정치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의 현주소를 보면 이런 명제가 실천이 아닌 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과연 얼마나 유권자와 교감하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실상부 집권여당이자, 호남에 텃밭을 둔 제1당이다. 호남 내 현역 국회의원의 숫자는 비록 적다고 하지만 2년 가까이 부동의 지지율 1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의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대해 공감하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지금의 지지율이 스스로의 경쟁력보다는 이른바 ‘문재인 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최근 전국 지역위원장을 선출했는데, 광주 8개 지역위원장 모두를 단수추천으로 밀어붙였다. 광주 평균 경쟁률이 2.4대 1이었고 당헌에 엄연히 ‘지역위원장은 당원들이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경선절차는 철저히 무시됐다.

지역위원장은 2020년 총선 공천 과정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중이 크다. 더구나 새로 임명된 위원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화려한 리턴’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이들이다. 새 인물의 진입이 가로막힌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청와대로, 광주시로, 적을 옮기면서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했다. 중앙당과 지역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위원장들 개개인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모두 지역위원장을 하고도 남을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지역의 권리당원을, 지역위원장조차 제 손으로 뽑지 못하는 ‘허울뿐인 권리당원’으로 만들어 버린 게 문제다. 지역의 유권자나 권리당원들은 안중에도 없이 호남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긴다는 비판이 쏟아질만 하다.

호남발전과 관련해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 ‘호남비전위원회’라는 조직을 서둘러 꾸렸다. 호남에서 회초리를 맞은 직후라,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색채가 짙었지만 그 취지 만큼은 가상했다. 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현역 국회의원에 지역인사들까지 가세했다. 구성 첫 해에는 지역현안 관련 국비예산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내는 듯 했다. 호남의 미래비전을 구상하자는 논의도 활발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내에서 호남비전위원회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다.

최근에 당 대표 경선주자들이 앞다퉈 호남의 비전을 얘기하고, 호남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호남비전위원회의 재판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오만과 불통을 이어가는 데는 존재감 없는 야당도 한몫하고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로만 보면 호남 제1당인 민주평화당은 그 위상에 맞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그 정도 충격의 참패를 당했다면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이 절실했을텐데도 요지부동이다.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퇴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얼마 전 끝난 전당대회에서 지역민들에게 뭘 보여줬는지 의아할 뿐이다.

바른미래당도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중진들이 많지만, “국회 부의장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TV에만 나오지, 지역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낯설지 않다.

정치권이 지역사회와 공감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이에 파생되는 문제들은 결코 적지 않다. 당장 중앙정부를 상대해야 할 지역현안들이 급선무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협치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인데, 지금의 구도를 보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최근 농림부 공모에서 탈락한 전남도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나 한전공대 축소 논란 등도 따지고 보면 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민선 7기 지자체 출범, 이 중요한 시기에 지역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을 겨를이 없다.

지역정치의 역할을 따지자면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누가 뭐래도 호남 내 탄탄한 지지기반 속에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 직후 “등골이 서늘할 정도”라며 압승이 주는 중압감을 표현한 바 있는데, 민주당도 그 엄중함을 배워야 한다. 호남에서 지금의 지지율은 결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 속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야당 쪽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 결코 변하지 않는 민주당의 오만과 불통이 그래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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