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열대야와 초열대야

입력 2018.07.24. 16:49 수정 2018.07.24. 16:52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1994년 여름.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00년 이래로 가장 더웠던 한 해로 기억된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33도 이상을 기록한 일수가 무려 한달을 넘긴 31.1일에 달했다. 특히 그 해는 열대야가 가장 많았던 해로 무려 17.7일 발생했다. 그 전인 2013년에는 15.9일, 2010년에는 12.7일 열대야가 밤잠을 설치게 했다.

2018년 여름.

유독히 뜨거웠던 1994년을 위협하는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대서’를 맞은 지난 23일 전국 곳곳의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이날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낮 최고 기온은 경산(하양)이 39.9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열대야 기승으로 강릉은 이날 밤 31도를 기록, 지난 2013년 8월 7일(밤 최저기온 30.9도) 이후 2번째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살인적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사병이나 탈진 증세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을 정도로 불볕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고,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영상 35도 이상 오르고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무더운 날씨가 당분간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한국어판 위키백과를 보면 열대야라는 용어는 일본의 기상 수필가인 구라시마 아쓰시가 만든 말로,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을 청하기 힘든 여름밤을 가리킨다. 밤 최저기온이 25℃이상인 날이 열대야 날이다. 그는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때는 초열대야라고 이름지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에도 열대야라는 말이 있다. 단, 유럽의 기준이 되는 최저기온은 20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더위를 느낀다고 한다. 더구나 밤에도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면 잠 마저 설치기 일쑤다. 열대야는 농촌보다는 녹지가 부족한 도시지역이 훨씬 심하다. 도시는 자동차, 공장 등에서 쉴 새 없이 인공열을 내뿜는데다 빌딩과 아파트 같은 인공 구조물도 한낮에 받아들였던 열을 밤에 토해내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섬 모양의 뜨거운 열기가 도시 상공을 뒤덮고 있는 도시 열섬현상도 도시의 열대야를 부추긴다. 열대야는 인간이 환경 파괴 등으로 일으킨 대가가 아닐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부족과 무력감에 시달리게 만드는 열대야가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양지로 떠나는 것도 두려울 정도다. 차라리 집안 에어컨 밑에서 ‘방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 때문에도 이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돈 들이지 않고 열대야를 이겨내는 숙면 방법을 찾아보자. 박석호 경제부장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