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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발 금융개혁충돌⑥]'범죄자' 취급 받는 증권업계…"내부통제·규제 완화 '균형' 필요"
입력 2018.07.20. 06:00 댓글 0개"감독당국, 증권사 규제보다는 가이던스 역할 필요"
"혁신기업 모험자금 공급 위해선 규제 완화 병행해야"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감독당국이 균형을 갖춰야 햡니다.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조하며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금융산업은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감독혁신' 방안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와 바람은 단순했다. 균형이다.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증권사 대표들을 만났다. '금융감독혁신'을 내놓은 후 일주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은 "배당오류로 인한 대규모 허위주식 거래, 공매도 주식에 대한 결제불이행 사태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고 운을 뗐다.
최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소홀로 금융사고와 불건전 영업행위가 빈번하게 발행하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문제 의식이 깔려 있다. 금감원은 상장법인의 핵심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회계분식에 엄정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내부자 신고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3년 만에 종합검사제도 부활했다. 아울러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연대보증 요구나 꺽기 금지 등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영업행위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일한 펀드를 복수의 사모펀드로 나눠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도 집중 감시 대상이다. 9월에는 주가연계증권(ELS), 특정금전신탁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공매도 악용 사례 등에 대한 점검에도 나선다.
당장 증권업계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범죄자 취급한다" "뭉둥이로 때려잡으려 한다" "환자 취급하듯이 묶어놓고 수술하려 한다"는 식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금융투자업계 A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은 서브 기능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산업으로 봐주지 않는다"며 "금융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해외로 나가서 돈도 벌어올 수 있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사고나 치지 말고, 국민들을 착취하지 말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도 내부통제나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불공정거래나 소비자 보호 소홀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감독당국이 지나치게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으며 정작 자본시장 역할과 기능은 물론 활성화에 대한 균형 감각이 부재하다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대형 증권사 B임원은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는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돼야 한다. 감독당국이 증권사를 때려잡기 위한 관점이 아니라 제대로된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가이던스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절차적인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효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형 증권사 C본부장 역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반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금융투자업자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같이 병행되면 좋겠다.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보는 윤 원장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윤 원장은 "대다수 벤처·창업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본시장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은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 지원 확대, 자산운용사의 진입, 운용규제 완화, 금융회사의 핀테크 지원 활성화 등 혁신 성장 지원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모험자본 공급 플레이어인 중기 특화 증권사 및 중소기업 증권 중개 전문 증권사의 건전성 규제 완화 정비안도 포함됐다. 창업과 혁신을 주도하는 벤처산업으로는 자산운용 산업 육성을 꼽았다.
회초리와 함께 '혁신성장 지원 기능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필요한 규제 완화는 없다는 평가다. 중소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발판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대형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업무 범위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로서의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내부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즈월이나 이해상충 금지 규정 완화 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대형 증권사 D 본부장은 "작년에 은행권에서 기업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한 것은 100조 가운데 10조에 불과하지만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한 것은 100조원을 넘는다"며 "기업의 자금 조달 역할이 자본시장으로 많이 넘어와 있다. 당국에서 이 부분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에서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투자해주고 적절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혁신 성장을 할 수 없다"며 "당국은 중소중견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해 조단위의 투자를 통해 혁신하고 전체 산업의 활력을 키우고자 하는데 현재는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이 정체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은행과 벤처캐피탈(VC)의 자금 공급만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기업의 집중적 투자나 자금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나 M&A 중개·주선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줄 금융의 역할도 커졌지만 최근 들어 초대형 IB에 대한 당국의 태도는 차갑다.
D본부장은 "종합금융투자회사를 하려면 차이니즈월이나 이해 상충과 같은 과도한 규제가 있다. IB를 열심히 하면 다른 부서에서 일꺼리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거 자본시장법은 중개회사 위주로 증권업 일때 만들었던 규정이고, 지금은 강하게 해석되다 보니까 막히는 것이 조금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프레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이 활성화된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정부는 2015년 기존 인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2015년 20개였던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는 최근 130개를 넘었고, 사모펀드 자산은 2016년 공모펀드 규모를 추월했다. 올해 들어서는 280조를 넘었다.
A씨는 "현재 미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엔젤펀드, 벤처캐피탈, 뮤추얼펀드 등 자본시장 자금을 통해 성장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혁신 성장을 하려면 굴뚝형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새로운 유니콘이 태어나게 만들어줘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자본과 기업을 통해 연결해주는 기능이 잘 돌아가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자산운용 산업을 보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도 덩달아 늘어났다"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새로운 사람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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