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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에서 적으로'...신일그룹 '150조 보물선' 악연

입력 2018.07.19. 21:15 수정 2018.07.20. 08:08 댓글 0개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회장 유지범 씨의 본명은 류승진입니다. 류승진씨는 현재 베트남, 라오스로 도피 중이고 기소 중지된 사건만 15여건이나 되는 사기꾼입니다."(김대영 제이앤유글로벌 회장)

"과거 류승진씨와 홍건표씨는 서로 같이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를 인수하려고 하면서 주가를 조작하고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하지만 지금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적대적인 관계가 됐습니다."(삼부토건 관계자)

지난 15일 울릉도 앞바다에서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신일그룹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19일 뉴시스 취재 결과 신일그룹의 실질적 회장인 류승진 씨와 신일광채그룹의 홍건표 회장은 과거 법정관리 중인 STX건설, 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사기행각을 벌인 동료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건설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주식 한주 없이 주주들을 설득해 주주대표가 되는 등 기업인수합병 부문에서 찰떡궁합을 보이던 두 사람이 갈라선 계기는 '돈 스코이호'다. 최근 신일광채그룹의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되자 그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신일그룹을 차린 것이 발단이다. 신일그룹도 사실상 신일광채그룹에 뿌리를 뒀다는 뜻이다. 홍건표 신일광채그룹 회장은 "돈스코이호는 2000년대 동아건설에 근무할 때 발견했다"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면서 신일그룹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중견서 M&A 인수전 미끼로 투자금 빼돌려

이번 150조원 돈스코이 호 사건의 발단은 2015~2016년 신일산업, 동아건설산업, 동아건설 M&A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영 제이앤유글로벌 회장이 남부지법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신일유토빌의 홍건표 회장과 현재 신일그룹의 실질적인 회장인 류승진 씨는 한 배를 타고 있었다. 류 씨는 사기를 비롯한 10여건의 혐의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자 추적이 어려운 베트남과 라오스 등을 오가면서 인터넷을 통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류씨가 꺼내든 카드가 홍건표 카드다. 그는 과거 동아건설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해외에 네트워크가 있어 보이는 홍 씨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

류씨의 감방동기가 두사람간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류 씨가 과거 감방 동기였던 김종성 씨로부터 홍 씨를 소개 받았다"면서 "김종성 씨와 홍건표 씨는 과거 동아건설에서 같이 근무했던 막역한 친구사이다"고 전했다. 류 씨와 홍 씨는 이런 인연으로 2015년 12월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신일유토빌건설(신일컨소시엄)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류 씨는 홍 씨를 전면에 내세워 법정관리 중인 건설산업, STX건설, 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돈을 투자 받은 후 돌려주지 않거나 고의로 주가를 띄워 시세 차익을 얻는 등의 행각을 벌였다고 김대영 회장은 주장했다. 동아건설 내부 관계자도 "신일유토빌은 고작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신일건업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면서 "신일건업이 건설 중인 유토빌 아파트 현장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말했다.

2016년 동아건설 인수전 이후에는 신현길 총회장, 김종성 감사, 김용한 대표, 이덕호 부사장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들어갔다. 삼부토건 인수전 때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가 조작 의혹도 받았다.

이들은 이권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도 벌였다. 건설사 하청업자 사장들을 만나 인수자금이 부족하니 1억~2억원 정도 투자를 해주면 나중에 건설사 인수 후에 함바집 운영권을 주거나 고위직을 내주겠다며 회유했다. 실제 남부지법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홍 씨는 2016년 9월 J모씨에게 동문건설 회장으로 곧 취임한다며 아파트 건설 현장 내 함바집 운영권을 줄테니 3억원을 투자하라고 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또 지난해 11월 16일 진행된 남부지법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A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평택 아파트 신축공사의 철거 사업권을 주겠다는 미끼로 투자자에게 1억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에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소액주주들 현혹해 기업 사냥도 나서

이들은 소액주주들을 현혹 해 기업을 탈취하는 기업 사냥도 진행했다. 주로 소액주주로 구성된 기업을 노렸다. 류 씨는 해외에서 소액주주모임 인터넷 카페에 여러 개 아이디를 가지고 도배글을 게시하면 기존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렸다. 소액주주 카페의 한 피해자는 "류 씨가 경영진의 배임, 횡령 등의 허위사실들을 게제하고 회사를 비방하는 게시글을 수백 건씩 올리며 주주들을 선동했다"면서 "회사를 구할 구세주로 자본가이자 실력가가 필요하다며 홍 씨를 얼굴 마담식으로 내세운 뒤 자신은 베트남 등에서 인터넷 전화와 SNS를 통해 뒤에서 조종했다"고 말했다.

김대영 회장은 류 씨와 홍 씨가 이런 방식으로 원기산삼과 제이앤유글로벌의 경영권을 박탈하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의 대표인 자신이 구속되자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제이앤유글로벌 사옥 건물을 무단 점유하고 타인에게 임대를 놓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들은 회사를 뺏기 위해 폭력배까지 동원해 폭행을 일삼았다"면서 "제이유앤유글로벌 명의의 임대차 계약서도 위조하고 임대료를 가로챘다"고 토로했다.

◇핵심 멤버 구속되자 새로운 인물로 '신일그룹' 만들어

홍 씨가 류 씨와의 사이가 틀어진 건 홍씨가 구속되고 김종석, 이덕호 등이 재판을 받으면서부터다. 류 씨는 당시 홍 씨 밑에서 일하던 유병기, 허병화, 유상미 등을 모아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실제 신일그룹에서 운영 중인 다음 블로그 아이디가 류승진이 사용하던 아이디인 'lolioio'다.

그리고 홍 씨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인 보물선 프로젝트도 고스란히 빼냈다. 기존 피해자들에게는 홍 씨가 모두 돈을 가지고 갔다며 채무를 홍 씨 측에 떠 넘겼다. 결국 홍 씨와 류 씨의 사이는 틀어졌다. 홍씨는 본인 역시 류 씨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이다. 이에 홍 씨는 신일그룹 경영진을 남부지법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한편 홍 씨는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해 돈스코이호의 150조원이 신일그룹의 실물 자산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씨는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코인판매와 불법 다단계영업을 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라면서 "신일그룹은 인수예정인 제일제강공업에 돈스코이호 인양과 보물선을 결부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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