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관사와 지방자치

입력 2018.07.19. 18:21 수정 2018.07.20. 10:34 댓글 0개
선정태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관사(官舍)는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주어 살도록 지은 집을 말한다. 과거 지방으로 파견을 가는 임명직 단체장 편의를 위해 관사는 필요한 시설이었지만 민선시대인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민선 7기가 시작 된지 20여일. 지금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관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장들이 임기동안 임시로 머물던 관사는 권위주의가 남아있는 상징으로 전락했다.

관사를 사용하는 단체장들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공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임 윤장현 시장이 없앴던 관사를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하다 비판을 받았다.

이 시장은 광주 매월동에 112.3㎡, 약 34평 아파트를 전세 3억 2천만 원에 시 명의로 계약했지만 반발에 부딪히자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며 “이것이 혁신의 첫걸음이고 소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한옥 관사로 이사했던 김영록 전남지사도 아파트 관사로 옮기기로 했다.

경비와 청소 등 5명이 근무해 연간 1억 여원의 인건비가 들어가며, 냉·난방비와 수도, 전기세 등 관리·보수비에 수 천 만원이 투입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이유다.

김 지사의 관사 변경은 한옥관사를 유지보수하는데 많은 인력과 비용을 고려한 결단이었지만 이마저도 비판받고 있다.

지금 광역단체장들의 관사 사용을 ‘권위주의’의 잔재로 보고 있지만, 기초단체장들이 쓰고 있는 관사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다른 측면에서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남 22개 시군 시장·군수 중 광양시장과 화순군수, 무안군수, 함평군수, 완도군수, 진도 군수 등은 여전히 관사를 쓰고 있다.

다른 지역 시장·군수는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강진군수는 매년 600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다며 자비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관사는 비즈니스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도 단위 광역 단체장은 도청소재지에 머물 곳이 없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기초단체장은 이런 변명조차도 궁색하다.

지난 지방선거기간동안 현 단체장들을 비롯해 모든 후보들은 ‘지역을 발전시킬 진정한 지역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이 원래 살던 집을 놔두고 임기동안 ‘공짜 관사’를 쓰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군수의 자택을 임대를 통한 수익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남 대부분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형편이다.

‘권위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고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의미에서 많은 단체장들이 과감히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관사에 머물고 있는 지자체장들은 지역민을 위하는 길이 그렇게 멀지도, 힘들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선정태 차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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