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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고발한 광주 학생들의 외침 '공정사회'
입력 2018.07.19. 10:21 수정 2018.07.19. 10:28 댓글 0개학생들의 결기에 사회와 어른이 답할 차례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불공정한 일을 보고 피하기보다는 직면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유출사건은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 정의와 공정사회를 외친 학생들의 고뇌에 찬 결단이 있었기에 세상에 드러났다.
여태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드러나지 않았을 구조적인 비리를 밝혀 진일보한 사회를 촉구한 학생들의 결기에 사회와 어른들이 답해야 할 차례다.
19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 D고교의 시험지 유출사건은 학생 18명의 연판장이 시발점이 됐다.
시험지 유출을 확신한 학생들은 A4 용지 한 장에 사건을 파악하게 된 배경과 불공정한 시스템, 무엇보다 자신들도 이번 일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심정을 자필로 꾹꾹 눌러 쓴 뒤 서명했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함께 숙식하며 매일 부대끼는 친구의 부정행위를 고발한다는데 심적 갈등을 겪었다.
이번 일로 자신들은 물론 동급생들과 광주지역 전체 학생들이 코 앞으로 다가온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부정행위' 지역이라는 도매급으로 취급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기숙사 방 대표 학생들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눈물과 두려움, 분노가 교차했다.
하지만 두려움과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것보다 불의와 불공정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정의감이 더 컸다.
촛불혁명을 지켜보고 성장한 민주시민 의식의 발로였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박한 세태 속에 학생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두려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너희들 때문에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 "괜한 문제를 일으켜 재시험을 보게 됐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광주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학생들의 민주시민 의식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시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동안 불신이 팽배했던 학사관리 문제점들이 수술대 위에 오르고 있다.
이제 수술을 집도할 사회와 어른들이 학생들이 외친 공정사회에 답해야 한다.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공교육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무척 아픈 일이지만 사회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며 "학생들의 용기를 보니 민주시민으로 잘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고등학교 시험은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데도 관리가 허술해 사회의 과도한 욕망을 감당하지 못했다"며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 차원에서 학사관리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3 중간·기말고사 9개 전 과목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광주 D 고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교운영위원장 B(52·여)씨를 불구속 입건해 금품수수와 추가 공모자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시험지 유출 재발방지를 위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점검한 뒤 학사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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