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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입차 '관세 폭탄' 땐 광주 산업기반 초토화

입력 2018.07.19. 06:30 수정 2018.07.19. 06:59 댓글 0개
완성차 의존 지역 부품업체 1200여곳 줄도산 도미노 직면
최대 3만2000명 대량 실직…지역경제 붕괴 우려
【광주=뉴시스】 = 사진은 스포티지와 쏘울을 혼류 생산 중인 기아자동차 광주 2공장 생산라인. 2018.07.19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 부과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광주지역 자동차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고 25%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생산라인이 중단되고 1200여개 자동차부품 생산·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고 줄도산 한다는 예측 때문이다.

1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재단법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 긴급 간담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그린카진흥원은 '광주지역 영향과 대응 방안' 자료에서 한국산 자동차 1대당 수출 평균가격은 1만7300달러(1918만원)로, 관세 25%를 부과하면 차량 1대당 평균 가격이 4300달러(470만원) 올라가고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수출 부진과 생산량 감산이 불가피해진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기업 의존율이 높은 광주의 경우 300여개 자동차 부품기업과 900여개 연관기업 줄도산과 대량실직 '도미노' 현상이 크게 우려된다고 그린카진흥원은 진단했다.

광주지역 자동차 생산량이 20% 감산되면 5억9300만달러(6692억6000만원) 매출 감소로 이어져 240개 업체가 도산하고 1만3000명이 실직할 것으로 예측했다. 30% 감산하면 8억9000만달러(1조44억5000만원) 매출 감소로 260개 업체가 도산하고 1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인 50% 감산하면 14억8300만달러(1조6737억원) 매출 감소로 600개 업체가 폐업하고, 3만2000명이 대량 실직에 내몰리면서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자동차'로 대표되는 광주 자동차 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다. 수출량이 감소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 만큼 커지는 구조다.

광주지역 제조업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붕괴될 경우 지역 산업 전체가 공동화되고 지역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25% 관세 부과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세 폭탄 불똥이 한국산 수출자동차로까지 튈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 광주공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광주공장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2월 2세대 스포티지를 미국시장에 처음으로 수출한 이후 현재 쏘울, 쏘울EV, 스포티지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공장에서는 완성차 49만2233대를 생산한 가운데 이중 37.3%에 해당하는 18만3959대를 미국시장으로 수출했다. 차종별 수출은 쏘울이 10만9625대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스포티지는 7만4334대가 수출됐다.

특히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쏘울'의 경우 66.2%가 미국으로 수출될 만큼 단일 생산차종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경우 생산라인 중단과 하반기 쏘울 후속으로 출시 예정인 신차 생산 일정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지만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차량 가격 인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장 판매 감소와 수익 악화로 이어져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라인 운영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아차 광주공장이 멈춰 설 경우 고용 구조상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광주지역 경제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7월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 종사자 수는 7700여명으로 광주시 제조업 전체 종사자의 10%를 차지한다. 생산액은 10조원으로 광주시 전체 생산액의 32%를, 수출액은 광주시 총 수출액의 40%를 점유하고 있어 생산라인 중단이 가져다 줄 충격파는 상상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미국 자동차 관세부과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만약 관세가 예정대로 부과된다면 기아차 광주공장을 포함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아닌 사전에 정부와 경제계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c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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