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나만의 공간, 재충전의 쉼터 ‘케렌시아’ 열풍

입력 2018.07.17. 19:56 수정 2018.07.21. 20:15 댓글 0개
바쁘고 힘든 만큼 쉴 땐 쉬어야
색다른 공간 다양한 개념의 휴식처
광주서도 만화·안마카페 등 인기

우리들 각자 자신에게 가장 힘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 지쳐 여행을 떠나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도 있고, 무더운 여름날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침대로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의 공간과 시원한 에어컨이 함께 하는 침대야 말로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휴식처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없는 공간,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그 곳.

내 마음의 피로를 없애줄 수 있는 그 곳이 바로 ‘케렌시아’다.

케렌시아란?

현대에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일종의 나만의 아지트를 뜻한다.

◆ 지치고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곳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사전적 의미는 애정, 애착, 귀소본능이다.

주로 안식처나 피난처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며 현대에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일종의 나만의 아지트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생활에 지친 사람이 학창시절 자주 갔던 곳을 찾아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종착지를 정하지 않은 버스나 지하철에 무작정 올라타 마음의 편안을 얻는다면 그 곳 또한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어릴 적 자라온 추억이 담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추억을 갖고 힐링하는 것뿐 아니라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즐기는 것도 케렌시아를 찾는 것과 같다.

바쁘게 일하는 중간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낮잠을 자는 것도 휴식을 취하기 위한 행동이다.

일주일간 일상생활 속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자신의 종교활동을 하는 것도 지치고 힘든 내 정신을 위해서다.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관계자는 “최근 좌선과 마음 공부로 일상의 무게를 이겨내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교당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출근 전 짬을 내 아침 일찍 좌선을 하기위해 찾는 사람들과 휴가를 대신해 선방(좌선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연습하는 원불교 프로그램)등의 훈련을 가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곧 케렌시아는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규정된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위해 나만의 휴식의 아지트를 형성하고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 찾고 싶은 그 곳 케렌시아

케렌시아는 2018년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분류된 새로운 키워드로 혼행(혼자 행동하기), 소확행에 이어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어린시절 만화방은 추억의 장소다.

만화책을 보며 행복했던 기억을 준 만화방은 이제 신개념 휴식 엔터테인먼트 장소인 만화카페로 재탄생했다.

광주의 경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동구 충장동과 서구 치평동, 북구 용봉동, 광산구 월계동 등에 만화카페가 들어섰다. 무중력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이 있는 장소, 안마 의자와 해먹에 누울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 가벼운 음식과 음료도 제공되며 약 1시간에 3천원 내외로 이 같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광주 서구 치평동의 케렌시아 장소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인 안마 카페.

이곳에서는 1~2인실 안마기계로 안마를 받는 안마룸를 통해 안락한 휴식장소를 제공받는다. 또 산소발생기를 통해 깨끗하게 정화된 공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동안 코스별로 1만원에서 1만3천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광주 동구에는 바쁘고 치열한 삶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라는 질문은 던져주는 카페도 있다.

이곳은 사랑과 우정 등 다양한 테마와 힐링을 주제로 상담사나 전문가 등 카운슬러와 함께 하는 전문심리상담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무료 프로그램부터 3만원까지의 각종검사를 포함한 프로그램과 6만원에서 10만원의 상담비용이 발생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 생활 속 나만의 힐링 포인트

케렌시아는 장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생활에 지친 내가 힘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무엇’인가도 케렌시아다.

생활 속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생활도 케렌시아의 하나이다.

광주 북구에 사는 홍모(38)씨는 최근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자신만의 활동영역으로 배드민턴 동호회를 찾았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배드민턴을 치고 그들에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내 모습에 뿌듯하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며 “퇴근할 때가 되면 배드민턴을 할 생각에 저녁식사도 안 먹고 체육관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삶의 터전인 집도 예외는 아니다. 막연하게 집이라는 공간적 의미에서 벗어나 나만을 위한 공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인테리어가 뜨고 있다.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본인이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음향시설을 설치한다.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은 프로젝터를 활용한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이밍 컴퓨터와 몸에 맞는 의자, 헤드셋 등을 갖춘다.

또 원하는 색과 모양의 조명과 아로마 램프 등을 통해 자신만의 아지트로 만들 수 있다.

마음에 평온을 주는 식물이나 식물이 그려진 액자를 집에 두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장에 책을 예쁘게 진열해 마치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놓은 작은 도서관으로 꾸민다.

홈 카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홈 데코레이션 중 하나이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등에 방영된 ‘나래바’ 역시 개인이 취향이 녹아 있는 대표적인 케렌시아다.

집에서 벗어나 내가 일하는 업무공간에도 케렌시아를 구축할 수 있다.

바로 자신의 집무 책상이다. 내가 가장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스크인테리어(데스크테리어) 일종의 케렌시아다. 대표적으로 가족사진이나 아기자기한 자신만의 독특한 소품 등을 책상에 올려두거나 식물을 기르며 바쁜 업무 속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SRB미디어그룹 사옥 8층에는 직원들을 위한 케렌시아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직원들은 업무에서 벗어나 에스프레소나 카페라떼 등을 마시며 피로를 덜고 책을 읽고 수다를 떠는 등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사옥 옥상 여직원 휴게소에는 안마의자와 침구세트 등을 갖춰 여직원이 눈치보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글·사진=김영솔기자 tathata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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