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온 가족 달려들어도 손에 쥐는 건 100만원 남짓”

입력 2018.07.17. 19:39 수정 2018.07.18. 14:57 댓글 3개
가맹수수료·임대료 벅차 … 인건비까지 더해 버티기 힘들어
최저임금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광주 북구 증흥동의 한 편의점에는 ‘알바(문의) 사절’글귀를 내 건채 체인점 주인이 직접 손님을 맞고 있다. 오세옥기자 dk5325@hanmail.net 

“요즘 정말로 버티기 힘들어요. 온 가족이 달려들어도 한달에 100만원 벌기도 힘들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닫을까 고민할 정도 입니다.”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그늘 속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울상짓고 있다.

광주 북구의 편의점 점주 A(55)씨는 올해 들어 벌써 2명의 알바생을 해고해야 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5% 인상되면서 사람을 고용할수록 손해라 차라리 자신이 직접 뛰는 게 낫겠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이 10% 인상 예정이라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A씨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편의점이라도 하지 않으면 돈 나올 곳도 없고 계약도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나 뿐만 아니라 아내와 대학생 두 자녀까지 온 가족이 번갈아가며 편의점 카운터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하루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헐레벌떡 일어나 대충 차려 입고 자동차로 20분 거리를 달려 자신의 편의점에 도착한다.

야간 알바생에게 맡겨 둔 매장을 정리하고 다시 낮 영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석식품을 조리하는 튀김 조리기를 깨끗이 치우고 밤새 팔리지 않은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같은 폐기 식품은 매대에서 뺀다. 어떤 상품이 간밤에 잘 나갔는지 조회해 보고 본사에 물건을 발주하고 바닥도 깨끗이 물걸레로 청소하고 나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A씨는 “편의점이 쉬워보여도 점주가 매일 같이 들여다보며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면 말짱 헛장사를 하게 된다”며 “수요를 잘못 파악해 엉터리 주문을 하면 팔리지 않고 그대로 폐기가 될 뿐이다. 점주라고 해서 마냥 알바생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야간 알바생이 퇴근하는 오전 8시부터는 인건비를 아끼려 온 가족이 번갈아가며 자정까지 편의점을 지킨다.

그렇지만 손에 들어오는 돈은 A씨 스스로가 알바생이 돼 버는 돈만도 못한 100만원 남짓 정도다.


A씨 편의점은 한 달 평균 870만원의 수익을 낸다. 하지만 로열티(가맹수수료) 300만원, 임대료 100만원, 운영비 80만원에 폐기음식 처리비용으로 20만원 가량이 지출된다. 여기에 8시간 근로하는 야간근무자 임금 270만원이 나가고 나면 A씨의 손에 남는 돈은 알바생만도 못한 돈을 받는 것이다.

지금도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시간이 만만찮지만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9%인상된 8천350원이 되면 정말 알바를 못 쓰는 지경까지 걱정해야 한다.

A씨는 “최근 업계에서는 인건비가 1.5배 비싼 야간타임은 차라리 점주가 근무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낮에 각자 일이 있는 가족들에게 야간 근무를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은 비싼 인건비를 감안하고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까 싶다”고 말했다.

또 “올해도 알바생을 줄일 만큼 줄였고 전기나 수도도 아끼고 아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부터는 차라리 야간 영업을 포기할지 아니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만 깊어간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최저시급 외에도 편의점 본사와 건물 주인들의 횡포를 호소하며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위한 대책을 호소했다.

A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카드 우대 수수료를 적용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우대 수수료가 적용될 편의점은 몇 곳 안될 것”이라며 “편의점 본사나 건물 주인들이 떼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을 중에 을인 편의점주들과 알바생의 실업자만 늘어날 판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김영솔기자 tathata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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