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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빼낸 기말시험지, 아들에겐 '족보야'
입력 2018.07.17. 19:11 수정 2018.07.18. 15:53 댓글 2개행정실장과 운영위원장 은밀한 거래 4월에도 이뤄져
유출 시험지 복사본 편집, 수사 직후 이사장 부인과 통화
시험지 유출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광주 A사립고교의 행정실장과 학부모인 운영위원장간 유출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대에 보내겠다’는 그릇된 자식 사랑이 결국 자녀를 ‘자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으로 내몰게 된데는 학교 행정책임자인 행정실장과 학부모 대표 격인 운영위원장간의 검은 커넥션이 있었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구 모 사립고 행정실장 A(58)씨는 지난 1일 한 카페에서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 B(52·여)씨를 만나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로부터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쪽지를 받았다.
A씨는 ‘아들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 시험문제를 빼달라’는 B씨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들이 의대로 진학하기를 원했으나 1학년 때1등급이었던 성적은 2학년 때 2등급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A씨는 다음 날 오후 5시 30분께 동료들이 퇴근한 사이 행정실 내 통합열쇠함에서 꺼낸 열쇠를 통해 인쇄실에 들어갔다.
그는 인쇄실에서 인쇄용지 상자 더미 위에 놓인 이과 9과목(기말고사 전체 응시 과목) 시험지를 복사했다. 복사한 시험지 42장은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께 한 이면도로에서 만난 B씨에게 전달했다.
시험지 복사본을 입수한 B씨의 행동을 치밀했다.
시험지 복사본을 받은 B씨는 집에서 직접 컴퓨터 문서작업을 통해 편집했고, 아들에게 ‘시험 족보’(예상문제집)라며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지 내용을 전달한 B씨는 이후 시험지 복사본 대부분을 파쇄했다.
A씨가 건넨 복사본과 B씨가 아들에게 건넨 편집본에는 시험 문제에 대한 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아들은 기말고사 전 전달받은 편집본을 친구들에게 보여줬고 일부 서술형 문제가 똑같이 출제된 사실을 알게 된 동급생들은 11일 학교 측에 유출 의심 신고를 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마친 뒤 A씨와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시험지 유출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중간고사 때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시험지 유출이 이뤄졌다.
이들은 중간고사 1주일 전인 올 4월 16~20일 사이 카페에서 만나 같은 방법으로 9과목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아들이 1학년 때 운영위원을, 3학년 때 운영위원장을 맡았으며 올 4월과 6월 중 학교 발전기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직후 B씨가 학교 이사장 부인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면서 이들이 고교 동문인 사실도 밝혀졌다.
B씨는 경찰에 “포장·봉인되지 않은 학교 측의 허술한 시험지 관리시스템을 알고 시험지 유출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차례나 전 과목 시험지가 유출된 배경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또 다른 공모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수사를 집중할 방침이다.
해당 학교는 3학년 기말고사 모든 과목을 오는 19∼20일 다시 치를 예정이다. 유출된 시험지로 중간·기말고사를 본 B씨 아들은 자퇴하기로 했다.
유대용기자 ydy2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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