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A고교 3학년 시험지 유출 파장 확산

입력 2018.07.17. 18:55 수정 2018.07.17. 21:17 댓글 0개
광주 교육 신뢰 추락…학생들 피해 최소화해야

광주 한 고교의 시험지 유출사건은 성적 지상주의와 입시체계의 병폐에 찌든 교육 현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와 행정실장의 공모로 빚어진 사학비리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생부 전형 폐지 촉구 등 입시제도 개선 요구까지 등장했다.

학교 압수수색 등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애먼 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경찰 수사를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광주시교육청의 책임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회성 아닌 구조적 비리 의혹

17일 광주시교육청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광주 모 고교 행정실장 A(58)씨가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 B(52)씨에게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과목 시험지를 유출했다.

학교 운영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이 공모해 장기간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지역 학생·학부모는 물론 시민들도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초기만 해도 학교측의 신속한 처리로 고3 자녀를 둔 학교운영위원장의 비뚤어진 자식사랑과 행정실장의 잘못된 판단이 빚은 일회성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회성 사건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혹이 중간고사 시험지 유출로 확인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행정실장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의중을 가장 깊게 파악하는 위치로 학교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는 구조적인 비리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경찰은 금품거래나 공모자 여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자칫 시험지 유출에 윗선이나 다른 제3자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지역 교육계 전체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먼 학생들 피해볼까 걱정”

지역 교육계는 무엇보다 애먼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고교 내신성적이 대학입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수시에 혹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물론 수능을 4개월여 앞두고 기말고사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이 감수해야 할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광주 모 여고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그 피해는 같은 학교 다른 학생들은 물론 이 지역 다른 수험생들까지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했다.

해당 학교 한 학부모는 “잘못한 학생은 학교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우리 애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학교 이미지가 먹칠이 돼 버렸는데 올해 수시는 이미 끝난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생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술한 시스템’ 학사관리

광주시교육청 학업성적 관리 매뉴얼은 일선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때 담당 교사가 출제한 문제를 교감·교장이 결제를 한 뒤 인쇄실에 보관하고 인쇄 후에는 포장·봉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쇄실은 통제구역으로 관리하고 행정실장과 학교장이 보완 책임을 맡는다.

시험문제가 유출된 학교는 포장·봉인 등 보완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신고로 학교측의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전혀 사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시험체계에 대해 제대로 관리나 통제를 하지 못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일선 고등학교의 학사 관리에 대한 불신도 깊다. 대표적으로 교사와 자녀가 한 학교에 배치된 사례다.

실제 수년전 광주 관내 모 중학교에서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해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뒷짐 ‘빈축’…후속대책 시급

이번 사태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시교육청은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의 피해를 경험했던 만큼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경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자체 감사 결과는 함구하면서도 정작 해당 학교 교장을 기자들 앞에 불러 사과를 시키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일반 학교의 시험 관리를 통제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태가 벌어진 만큼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그동안 시교육청은 매년 시험 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연수만 진행했을뿐 학교 현장 점검은 제대로 실시한 것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뒤늦게 16~17일 광주 관내 일반고 52개교를 대상으로 21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현장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전수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으며 보안관리에 대한 의식강화조치를 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과다.

이미 대부분의 학교들이 기말고사를 완료한 상태여서 사실상 담당자들의 문답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전수조사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학교 현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보안 의식도 철저히 하겠다”며 “업무구조 개선과 CCTV설치 등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oar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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