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공무원 갑질, 처벌보다 시민과의 소통이 먼저다

입력 2018.07.17. 17:02 수정 2018.07.17. 17:11 댓글 0개
문창민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강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무원 갑질’이다. 정부가 지난 5월 각 부처, 지자체, 민간단체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민간단체 종사자의 42.5%가 ‘공공 분야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1%는 ‘공공 분야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나 각 부처,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부처나 소속 공무원들의 16%만이 ‘공공 분야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공무원 갑질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공공 분야 갑질 근절대책’을 마련하고 중대한 갑질 공무원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정부의 노력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시민과 공무원이 ‘공무원 갑질’에 대해 느끼는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 이유는 ‘공무원 갑질’ 중 상당수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의 소통 부재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모든 행정행위를 법과 절차에 따라 한다. 물론 법과 절차를 위반해 불법을 저지르는 공무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누구보다 법과 절차에 따른 처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왜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시민과 공무원의 소통부재가 1차적 원인이다. 충분한 대화 없이 시민들이 요구한 행정행위를 반려하는 경우 시민들은 공무원의 ‘갑질’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필자는 이런 소통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서 공무원 강의를 통해 “행정행위를 할 경우 근거 법령과 처분 이유에 대해서 서면으로 자세하게 기재했으면 한다”고 권한다.

공무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시민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요구를 반려하게 됐다는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처분의 근거 법령과 처분의 이유, 불복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더라면 오해를 풀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간의 소통노력으로 공무원의 갑질 횡포라는 소리는 벗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반면 아무런 근거 없는 민원 제기도 상황을 어렵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경우 공무원으로 하여금 설명자체를 명확히 할 수 없게 한다. 민원인이 어떤 법에 근거해 처분을 요구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공무원도 이에 대해 정확한 처분과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억지를 부려 놓고 갑질이라고 우긴다면 공무원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때는 공무원 갑질이 아니라 되레 “시민 갑질”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필자는 광주광역시청 소속 변호사로 일하면서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시위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담당 변호사로서 시위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시위 당사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도 상당수는 “담당 공무원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할 뿐 뚜렷한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위를 하되 시위를 하게 된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대면 공무원은 법과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시위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공무원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 그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원 갑질에 대해서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느끼는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부터 따져 봤으면 한다.

시민의식도 변해야 한다. 무턱대고 공무원 갑질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시민 스스로 법과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 의식 수준에서 결정된다. 시민 스스로도 의식을 높여 정정당당하게 법과 절차에 따라 권리를 주장하고, 공무원도 시민들에게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 서로의 오해를 풀어 신뢰 속에서 선진 행정 문화가 발전될 수 있었으면 한다. 품격 있는 민주 사회는 공무원과 시민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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