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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보이 고용"…건설현장, 폭염과의 전쟁

입력 2018.07.17. 16:58 댓글 0개
33~35도면 50분 일하고 10분 휴식
현장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고온 작업에 노출
산업현장 온열질환자 65.7%가 건설업 종사자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건설사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나온 동료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고 있다. 2018.07.17. (사진=GS건설 제공) yo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던 1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 건설현장.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경신했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정해진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현장 정문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인부 역시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눈 아래까지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바로 옆에 시원한 그늘막이 있지만 더위를 피하는 것도 잠시였다. 차량이 드나들 때면 또 다시 정문으로 뛰쳐나가 햇볕을 그대로 받은 채 차량을 맞이했다.

현장에 있는 인부들도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철골 구조물 안에서 작업 중이었다. 뜨거운 햇볕에 살이 타는 것을 피하고 고온에 달궈진 철골에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 대부분 긴 바지에 손목까지 오는 팔 토시를 꼈다. 몇몇 인부들은 더위를 참지 못했는지 웃옷을 벗어 놓고 잠깐 쉬기도 했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흥건했다.

건설현장이 폭염과 전쟁 중이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건설 노동자 윤오현(41)씨는 "햇볕에 타니까 긴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땀이 많이 나서 너무 힘들다"며 "더우면 체력이 많이 떨어져 그늘이 있는 쉼터에서 쉬고 현장에 마련돼 있는 음료수를 가져다 먹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 역시 "날씨가 더우면 출근 시간보다 빨리 나와서 일찍 가기도 한다"면서 "아무리 쉬어가면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햇볕이 뜨거워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일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건설현장은 멈출 수 없다. 정해진 공사 기간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금융 이자, 계약 위약금 지불 등 건설사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쉼터에 음료를 상시 구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무리하게 일정을 밀어붙이면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산업재해 처리된 온열질환자는 총 35명으로 그 중 23명인 65.7%가 건설업 종사자다. 지난해 2명이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적용해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 하는 경우 적절히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휴식시간에 직사광선을 피해 쉴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토록 하는 의무를 사업주에게 강제했다.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건설사 직원이 혹서기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찾아가 직접 마실 것을 나눠주고 있다. 2018.07.17. (사진=GS건설 제공) yoon@newsis.com

건설사들 역시 이러한 개정안에 발맞춰 공사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건설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SK건설은 기온에 따라 휴게시간을 달리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33~35도면 작업 50분에 휴게시간 10분, 35~37도면 작업 40분에 휴게시간 20분으로 운영된다. 37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한다.

SK건설 관계자는 "아침부터 35도 이상 머무르진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진행하며 공사기간을 맞추고 있다"며 "영양제를 챙겨주고 아이스크림이나 수박을 같이 먹는 '감성 안전 캠페인'도 매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은 혹서기 용품을 지급하고 휴식을 위해 안전교육장을 개방한다. 직원들에게 햇빛 가리개, 팔토시, 안전모 내피 등을 지급하고 안전교육장에 제빙기, 식염 포도당, 아이스크림, 냉커피 등을 준비해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작업장 가까운 곳에 휴식공간을 설치하고 작업 중에 15~20분 간격으로 1컵 정도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한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3시에는 가능한 외부작업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더위보이'를 고용해 직접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게 음료수나 얼음을 전달한다. 휴게실, 제빙기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을 항시 제공한다. GS건설 관계자는 "혹서기에 직원들이 항상 쾌적한 상태로 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일부 건설 현장의 경우 여전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정규직이 아닌 하청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는 샤워시설도 없어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장시간 일하거나 마실 물도 수돗물로 제공되기도 한다.

또 타워크레인 기사는 70~100m 상공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직사광선으로 인해 지상보다 더 높은 고온에서 작업을 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여름철 건설현장 등 옥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시원한 물, 그늘, 적절한 휴식은 최소한의 안전보건관리 조치"라고 강조했다.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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