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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하위직 10명중 9명이 여성...'2차 정규직'으로 차별

입력 2018.07.17. 14:06 수정 2018.07.17. 14:17 댓글 0개
한국노총·이용득 의원, '금융권 성차별' 토론회
지원자 성비 공개·여성임원 할당제 등 대안 제시
고용평등과 부활·전담 근로감독관 확대 배치 요구
【서울=뉴시스】5대 은행 직급별 여자 은행원 비율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은행의 하위 직군 여성화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상태는 정규직이지만 임금과 처우 등에서 차별받는 이들을 일컫는 '2차 정규직' 중 여성 비율이 88.3%에 달한다. 2차 정규직은 금융산업내 성차별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자 성비 공개, 여성 임원 할당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금융권 성차별 채용 비리를 통해 본 남녀고용차별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우미 전국금융산업노조 부위원장은 "과거에는 여 행원제로 남녀차별이 있었다면 지금은 2차 정규직으로 남녀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정규직은 고용형태는 정규직이지만 일반정규직과 차별을 두고 있는 정규직 직원을 말한다. 은행마다 중규직, 무기계약직, 분리직군, 하위직급 등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에 따르면 2차 정규직은 일반정규직에 비해 임금은 60~80% 수준이고 별도의 승진 체계를 가지고 있고 단순업무위주의 업무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IBK기업은행 등 5대 은행에서 2차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중 여성 비율이 88.3%에 달한다는 게 금융산업노조의 설명이다.

최 부위원장은 "은행들이 2차 정규직으로 차별을 제도화했다"며 "여성들이 처우와 승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군에 집중되고 고임금 고위직을 남성이 독식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우나 승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은해의 5대5 고용 성비는 일종의 착시"라면서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일반직 여성 채용은 처음부터 30% 비율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성차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원자 성비 공개, 2차 정규직의 완전환 정규직화, 여성 임원 할당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강력한 처벌 가능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요구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드러난 금융권의 성차별적 채용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실체를 확인해 줬다"며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 보장'이라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 취지가 무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과정에서 남성을 채용하기 위해 남성 지원자 100여 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높게 조작했고, KEB하나은행은 최종합격자 성비를 남성 4: 여성 1로 정해놓고 진행했다.

또 신한카드는 59대41이던 서류 지원자 남녀 비율을 서류전형 단계부 터 7대 3으로 정하고, 이후 면접전형 및 최종 선발 시까지 해당 비율이 유지되도록 관리했다.

박 연구위원은 "고용 상 성차별 피해자의 실효적인 있는 구제를 위한 차별시정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좀 더 실효성 있는 기관에서 이를 전담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장 적합한 기관 은 노동위원회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녀고용평등법이 전 사업장에 적용 확대된 현실을 감안할 때 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는 1~2명을 단계적으로 배치한다는 소극성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고용 평등과를 부활하고,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을 개정해 '남녀고용평등 법' 상 성차별 시정, 피해자 보호, 사업장 성평등 조직문화 지도 업무를 명시해 사업장 성차별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과 법률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고용상의 성차별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과거 '여 행원'과 '행원'을 분리해서 차별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2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노동 시장 내 성차별과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중규직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 한 바 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조직문화는 여성에 대한 배제와 고립을 강화시키며 더 복잡해지고 교묘해진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는 남녀임금격차와 여성비정규직화, 저임금체계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내 만연한 고용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인 채용부터 차별이 발생되는 원인을 차단해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특정 성에게 취업 기회의 불리한 효과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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